“모든 것을 쏟아냈다.”
한국 피겨가 활짝 웃었다. 세계무대서 다시 한 번 강렬한 빛을 반짝였다.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서 겹경사를 맞은 것. 남녀 동반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싱글 이해인(18)과 남자 싱글 차준환(22)이 주인공이다. 지난달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하면 메달은 4개까지 늘어난다. 여자 싱글 신지아(15·영동중)와 아이스댄스 임해나(19)-취안예(22) 조가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굵직한 발자취
새 역사를 썼다. 차준환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서 총점 296.03점(쇼트프로그램 99.64점, 프리스케이팅 196.39점)을 받았다. 일본의 우노 쇼마(26·301.41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 선수가 피겨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최초다. 2021년 대회서 10위에 오르며 한국 남자 피겨 최고 성적을 작성했던 차준환은 2년 만에 시상대로 향했다. 고난도 점프를 대거 배치한 선수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클린연기에 성공, 큰 박수를 받았다.
이해인의 발걸음 역시 주목할 만하다. 총점 220.94점(쇼트프로그램 73.62점), 프리스케이팅 147.32점)을 획득했다.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3·224.61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3년 김연아 이후 10년 만에 거둔 성과다. 앞서 ISU 4대륙선수권대회서 우승, 한국 여자 선수로는 14년 만에 정상에 오른 이해인은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는 모습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침을 겪기도 했다.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면서 예전보다 한층 단단해졌다.
◆ 여왕의 뒤를 이어
한국 피겨는 ‘피겨 여왕’ 김연아(33·은퇴) 전과 후로 나뉜다. 올림픽 다음으로 여겨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메달을 따낸 것은 김연아가 유일했다. 개인 통산 6개(금 2개·은 2개·동 2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이후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일 자체가 적었다. 박소연(26·은퇴·2014년·9위), 최다빈(23·2017년·10위), 임은수(20·2019년·10위) 등을 거쳐 지난해 유영(19)이 5위를 마크했다. 메달을 향한 목마름을 차준환과 이해인이 동시에 해소시켰다.
일정 부분 운이 따랐던 것은 사실이다. 피겨 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했다. 자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기회를 박탈당했다. 남자 싱글의 경우 세계 최정상을 지키던 하뉴 유즈루(일본)가 은퇴했다. 점프 머신이라 불리는 네이선 첸(미국)은 학업을 위해 이번 시즌을 포기했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한데도 큰 무대에서의 입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준환과 이해인의 선전으로 한국은 내년 선수권 남자 싱글 출전권 3장, 여자 싱글 3장을 확보했다.
◆ 커지는 기대감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향한 기대가 커진다. 현재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김연아 이후 첫 메달리스트를 배출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차준환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서 얻은 296.03점은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개인종목이라는 특성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한 이들이 적지 않다. 다양한 지원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