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해 PO 확정…웃지 못하는 캐롯

사진=KBL 제공

 

‘6강 플레이오프(PO) 확정은 했는데….’

 

프로농구 캐롯이 6강 PO 진출을 확정했다. 19일 현재 26승24패로 5위에 올라 있다. 지난 18일 7위 KT가 인삼공사에 패하면서 봄 농구를 향한 매직넘버를 지웠다.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6위 자리는 고수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창단식 때만 하더라도 김승기 초대 감독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 모두 똘똘 뭉쳐 한 걸음씩 나아갔기에 가능한 일이다.

 

창단 첫 해에 마주한 달콤한 성과다. 1997년 출범 때를 제외하면 역대 7번째다. 가장 최근엔 2021~2022시즌 전자랜드를 인수한 한국가스공사가 6위로 봄 농구 막차를 탄 바 있다. 특히 현란한 3점 슛 퍼레이드는 캐롯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경기 당 평균 11.6개의 3점 슛을 꽂아 넣었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두 자릿수다. 시도 자체만 하더라도 34.8번으로, 2점 슛(32.4번)보다 높다. 곳곳에서 터지는 외곽 슛은 팬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기쁨을 만끽하기엔 이르다. 선수단의 기량은 충분하나, 구단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 까닭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둔 데이원스포츠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오리온을 인수, 캐롯을 탄생시켰다. 문제는 모대우조선해양건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자금 지원이 끊겼다는 점이다. 프로농구 최초로 네이밍 스폰서십을 유치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최근 몇 개월 간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프런트 임금이 계속 밀리는 등 파행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자격을 갖추고도 돈이 없어 PO 무대에 서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당장 이달 말까지 특별회비(가입비) 2차 잔여분 10억 원을 내야 한다. 1차 때(5억 원)도 납입 일을 지키지 못한 만큼 우려가 크다. KBL은 캐롯이 이번에도 납입 기한을 넘기면 PO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경우 차순위인 7위 팀이 대신 PO에 오르게 된다. 프로농구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최선을 다한 선수단, 이를 응원한 팬들은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KBL 제공/ 캐롯 선수단이 KBL 정규 경기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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