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월드 1위 '더 글로리', 개운치 않은 뒷맛

 

송혜교 주연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월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연출자의 학교폭력(학폭) 인정은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해 공개된 파트1에 이어 10일 파트2가 공개됐다.

 

14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날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공개 하루 만인 11일 3위, 이틀만인 12일 2위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 공개 후 6일 만에 4위까지 오른 것을 볼 때 더 빨라진 상승세다. 순위를 집계한 총 89개국 중 3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칠레,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에콰도르, 과테말라,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페루,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3위에 랭크됐다.

 

주연배우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차근차근 복수에 성공해가는 문동은(송혜교)과 그를 둘러싼 실마리들은 하나씩 풀려갔다. 문동은 인생의 첫 가해자인 엄마와의 절규 가득한 화재신은 파트2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문동은의 울분을 온몸으로 표현한 송혜교의 연기력도 회자하고 있다. 

학폭 가해자 박연진으로 분해 악(惡)의 끝을 보여준 배우 임지연은 송혜교를 제치고 3월 2주차 TV-OTT 화제성 드라마 출연자 부문(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멋지다 박연진!”으로 시작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은 파트1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13일 임지연은 SNS에 “귀에서 피 나는 연진아”라는 문구를 써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친딸 예솔이를 향한 부성애를 폭발시킨 정성일(하도영 역)과 박성훈(전재준 역), 마약 중독자의 민낯을 드러낸 김히어라(이사라 역), 이들 무리에서 꿋꿋하게 버텨낸 ‘스튜디어스 혜정이’ 차주영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 열전이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치밀한 복수극의 결말을 기다린 시청자들은 오매불망 ‘10일’을 기다렸다. 그러나 파트2 공개에 앞서 찬물을 끼얹은 안길호 PD의 학폭 의혹이 있었다. 10일 오후 불거진 의혹에 관해 안 감독 측은 12일 학폭을 인정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폭로글은 1996년 필리핀 유학생들 간에 벌어진 이야기였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안 PD와 여중생 A 씨와 교제했고, 이 사실을 안 A 씨의 동급생 B씨가 이를 두고 놀림을 가한 사실을 알고 B 씨를 불러 협박과 구타를 가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안 PD의 법률 대리인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 PD가 학폭을 인정하며 ‘더 글로리’의 문동은의 복수를 지지했던 시청자들은 당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학폭 가해자가 연출한 학폭 피해자의 이야기라니. 몰입이 깨지는 것이 당연하다.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들이 학폭 의혹을 받는 경우, 대중의 지탄을 받고 팀 탈퇴 혹은 작품 하차 등의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안 PD의 경우는 다르다. 안 PD의 직접 입장도 아닌, 법률 대리인을 통해 사과를 전달했을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다.

 

‘더 글로리’는 학폭 피해자의 고통을 조명하며 보란 듯 잘 살아가고 있는 학폭의 가해자들의 삶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해부터 ‘학폭’이라는 이슈에 사회적 관심을 더욱 높였고, 이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더 글로리’의 누적 시청시간은 연일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오롯이 손뼉 치며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더 글로리‘의 개운치 않은 뒷맛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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