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일타 스캔들’ 오의식 “정답보다 값진 깨달음 얻었죠”

사랑스러운 ‘일타 스캔들’에서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인물을 연기했다. 발달 장애인이라는 설정을 낯설지 않게 한 걸음 한 걸음 채워갔다.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오의식이 완성한 남재우였다. 

 

5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담았다. 

 

오의식은 누군가의 친구로, 아빠로, 남편으로. 매 작품 개성있는 캐릭터와 연기로 안방극장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일타 스캔들’의 재우를 만났다. 선천성 심장질환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물. 행선(전도연)과 해이(노윤서)의 보살핌 속에 반찬가게의 재정을 담당하는 든든한 직원이었다. ‘치열이 매형(정경호)’를 만나 껌딱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뒷모습부터 영주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까지 ‘일타 스캔들’은 재우의 성장이기도 했다. 

 

지난 3일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오의식은 “촬영하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 행복하게 작업한 결과물까지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아서 감사하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못난 어른들 때문에 어쩌면 못나질 수도 있는 아이들의 성장 드라마였다. 그런 아이들을 통해 못난 어른들이 성장했다. 또 주변 인물들이 재우를 통해 성장하고, 재우가 가족들로 인해 성장했다. 시청자에게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듯, 그분들도 우리 드라마가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찾았다. 

 

재우를 연기하기에 앞서 걱정도 많았다. 소위 말하는 발달 장애인이었다. 오의식은 “자폐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그리고 재우에겐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이들과는 다른 모습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경미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인물 설명처럼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통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어느 정도의 경계에 놓인 인물이었다.

 

폭넓게 공부하고 고민하고 대화를 나눴다. 세세한 설정은 스스로 채워가야 할 몫이었다. 그러다 만난 게 발달 장애인이 일하는 회사 ‘베어베터(Bear.Better.)’였다.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시간을 보냈다. 재우를 표현하기 위해 ‘정답’을 찾으러 간 그곳에서 오의식은 정답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정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많이 공부했지만,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자신이 없어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너무나 작죠. 베어베터에서 만난 직원분들은 놀라울 만큼 (발달 장애인이라) 느껴지지 않기도 했어요. 그래서 생각을 달리했죠. 장애인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재우라는 인물을 연기하자고요.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재우를 찾는 시간으로 노력을 바꿨어요. 우리가 얄팍하게 알고 있는 것 안에서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재우로서 살아가면 되겠다 싶었고, 고민을 내려놓게 됐죠.”

 

오의식은 인터뷰 날에도 베어베터의 상의를 입고 왔다. ‘일타 스캔들’에도 이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등장해 시청자 눈에 띄었다. 주연 배우들에게 옷을 선물했고, 단체복을 입은 배우들의 인증샷이 공개되기도 했다. 온라인 사이트를 보고 구매를 의뢰한 오의식은 ‘재우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촬영에도 그 옷을 입었다. 이번 작품에는 스타일리스트가 없었다. 프로덕션 내의 미술, 분장, 의상팀과 협의해 자연스러운 재우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그는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MBC ‘빅마우스’에 이어 ‘일타 스캔들’로 연이어 흥행 필모를 쌓았다. 그의 출연작을 양희승 작가의 작품이 많다. tvN ‘오 나의 귀신님’(2015)를 시작으로 MBC ‘역도요정 김복주’, tvN ‘아는 와이프’,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일타 스캔들’까지 양 작가의 작품에는 모두 출석 도장을 찍었다. 

 

‘tvN 공무원’설에 오의식은 “보통은 왕자, 황태자 수식어가 붙는데 나는 공무원”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오 나의 귀신님’으로 첫 호흡을 맞춘 유제원, 양희승 작가와 함께 오의식도 브라운관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양 작가, 유 감독님이 하시는 작품과 결이 맞는 것 같다”면서 “작가님이 작품 만드실 때마다 나를 염두에 두고 만드시는지는 모르겠다. 인물 중에 내가 잘할 수 있는 배역을 먼저 생각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연기력을 떠나 더 많이 노력하고 고민해줄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는 것이 양 작가의 코멘트였다. 이번 작품도 솔직하게 대화하며 인물을 만들어갔다.

 

그에게 양희승 작가 작품의 매력을 물었다. 그러자 “매 작품 따듯하다. 지 실장(신재하)의 서사가 나왔지만, 그래도 악역과 자극적인 소재가 없는 작품이 많다. 우리네 일상의 인물을 많이 그려 넣어서 자극적이지 않아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야기, 인간적이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리는 게 작가님 대본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흥행작에 출연했지만, 인터뷰를 많이 진행한 배우는 아니다. 기대 가득한 인터뷰어에게 오의식은 “나를 보고 ‘재밌을 것 같다’, ‘재능이 많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생각보다 많이 하시더라. 그보단 내성적이고 낯도 가리고 의외로 진지하다. 편해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2006년 무대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또 묵묵히 연기했다. 경력이 쌓이고 경험이 늘어가면서 선택의 순간도 많았다. 그리고 이제 그의 기준은 ‘사람’이 됐다. “어떤 사람과 작업 하는지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는 오의식은 “지금까지 내 선택을 돌아보면 결국엔 사람을 많이 보는구나 싶다. 좋은 사람들이랑 즐겁게 작업하면 결과물이 좋다”고 소신을 밝혔다.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해준 건 극단이죠.”

 

오의식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단원이다. 간략할 간, 다양할 다. 트럭 한 대에 싣고 무대를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올 초 ‘그때도 오늘’까지 드라마 방영 중에도 틈틈이 연극 무대에 섰다. 오의식은 “창작하는 작업이 재밌다”고 했다.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서로를 칭찬하고 무언가를 창작하는 과정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인물을 만나고 그 인물을 완성해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 배우로서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는 매력도 확실하다. 단원들과 ‘창작’에 뜻을 맞춘 시간은 배우 오의식의 자양분이 됐다. 

 

그에겐 무대 위에 서는 게 휴식이자 충전제다. 체력적인 부침이 있지만, 얻는 바가 더 많다. “공연을 병행하면 열 중 아홉은 안 좋은 점이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가 아홉을 이긴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만든다면 결과물도 좋더라고요. ‘일타 스캔들’로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연기력은 기본, 어느 상황에 놓여도 상대 배우와의 케미스트리가 넘친다. 오의식은 이를 두고 “파트너 복이 많은 것 같다”며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좋은 파트너 덕에 생각했던 연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이 그런 마음을 가진 것처럼, 같은 마음을 가진 상대역을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의식 역시 “동료들이 함께하면 즐겁고 행복한 배우,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되길 바란다. 비단 촬영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살아가며 함께하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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