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캔들’ 정경호 “일타강사 최치열, 나다움 찾았죠” [스타★톡톡]

 최치열이 입시생들의 마음을 뺏었다면, 정경호는 주말 밤 시청자의 마음을 뺏었다. ‘1조원의 남자’이자 ‘시청률 17%의 남자’가 된 정경호의 행복한 순간이다. 

 

 5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담았다. 인간미 넘치는 최치열의 희로애락을 그린 정경호는 최종화 전국 17%(닐슨코리아) 시청률로 안방극장 ‘일타 드라마’를 썼다.

 

 의사도 학교 선생님도 주위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직업군이다. 하지만 ‘일타(일등 스타) 강사’는 달랐다. 정경호가 인물을 표현할 때 주안점을 두는 건 직업의 전문성이다. 2일 종영인터뷰에서 정경호는 이를 두고 ‘영업 비밀’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이내 “전작의 준완이는 최고의 흉부외과의, 치열은 일타 강사였다. 최고의 일타 강사처럼 보이고 싶었다”며 “직업군에 충실하면 거기서부터 달라진다”고 했다.

 

 입시를 치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직업군이었다. 정경호 역시 생소했다. “0부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더라”고 밝힌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수학 공식을 외워야 한다는 거였다. 이해는 안 해도 외워야 했다. 또 중요한 건 판서였다. 학생들 앞에서 글씨를 쓰는 부분이 열 번 정도 나오는데, 실제 일타 강사에게 배우고 칠판을 사서 덧칠하며 연습했다. 너무 몰랐던 과정이라 두 달 정도 준비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일타 강사들의 영상을 찾아보면서도 ‘나 다운’ 색깔을 찾아가려했다. ‘∼겠지’, ‘∼겠고’하는 최치열만의 말투도 설정했다. 

 

 최치열이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은 건 강의실 내에서의 프로페셔널함과 기력 없는 일상의 뚜렷한 ‘온 앤 오프’ 덕이었다. ‘1조원의 남자’라며 어깨를 올리다가도 수면 장애, 섭식 장애를 가지고 밥 한술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당황하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치열을 향한 ‘하찮다’는 묘사에도 시청자의 애정이 묻어나는 ‘일타 스캔들’이었다. 

 “돈도 능력도 있는 이 사람이 섭식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게 인간적인 모습일까 싶었어요. 인간미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하찮미(美)’를 던지면 더 사람다워 보이지 않을까 싶었죠. 최치열 전에도 수년간 날카롭고 까칠한 역할들을 해왔더라고요. 물론 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계속 비슷한 역할을 해오지 않았나 하는 부분에서죠. 그런데 최치열을 하면서 느꼈어요. 같은 아픔이라도 과거의 표현들이 마흔하나 최치열과는 달라 보인가는 거죠. 지금껏 쌓아온 것들이 긍정적으로 발휘된 것 같아요.”

 

 최치열을 통해 보람을 찾았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 변화를 주고 싶은 시기다. 정경호는 “벗어나고 싶다기보단 아직 내가 차오르지 않았는데, 작품으로 표현하는 과정에 익숙해진 것 같다. 가지지 않은 채 작품으로 변화를 줘서 대중에게 알리는 방식을 오랫동안 해온 것 같다. 다음 작품은 변화를 줘야 할 것 같기도, 조금은 더 차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마흔하나.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에 가지는 고민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다져나갈 것인가,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2004년 데뷔해 올해로 20년 차 배우다. 내가 언제 전도연과 연기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이 정경호를 ‘일타 스캔들’로 이끌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일타 스캔들’, 그리고 개봉을 앞둔 영화 ‘보스’까지 정경호에게 좋은 삶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줬다. 20년간 꾸준히 버텨올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사람’의 힘이다. 정경호는 “누구랑 같이 작품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남는 건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경호 역시 후배들에겐 까마득한 선배지만, 그에겐 로맨스 호흡을 맞춘 전도연이 존경의 대상이었다. ‘두 번 다신 없을 기회’라 생각하고 현장을 즐겼다. 전도연에 대한 이야기에 눈은 빛났고 막힘 없이 칭찬이 나왔다. “선배님은 연기할 때 거짓말을 안 하신다. 투명한 배우다. 정말로 행선이처럼 표현한다. 나는 가끔 내키지 않아도 하고 넘어가야지 하는 부분이 있는데, 많이 배웠다”며 “파출소 신은 리허설도 없이 한 번에 쭉 찍고 집에 가시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친구이자 배우 오의식(남재우 역), 연기로 깜짝 놀라게 한 노윤서(남해이 역)을 비롯해 영주 역의 이봉련, 동희 역의 신재하 등 ‘일타 스캔들’을 통해 가족 같은 동료들을 얻었다. 쌍방 프러포즈로 해피엔딩의 문을 활짝 연 전도연과의 호흡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정경호는 “전도연 선배님이 진심으로 너무 좋다”고 느닷없는 고백을 했다. 그는 “내가 왜 선배님을 좋아하고 선배님의 연기를 봐오며 기뻤는지 깨달았다. 많은 장르, 기회의 변화에 맞추려 했는데, 선배님과 연기하며 ‘변하지 않는 것’의 중요함을 느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스스로의 단단함을 가지고 그 단단함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많은 분이 공감해주지 않을까요.” 40년간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는 전도연처럼, 정경호는 오늘도 ‘변치 않는’ 자신만의 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간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매니지먼트 오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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