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데이원스포츠, 한 시즌도 못 버텼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한 시즌도 버티지 못했다. 프로농구 캐롯의 운영주체인 데이원스포츠가 농구단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데이원스포츠 관계자는 8일 “기업 한 곳과 인수 협상 중이다.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농구단 매각이 아닌, 캐롯 구단과 운영주체인 데이원스포츠를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창단식을 개최한 지 6개월 만이다. 일각에선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시작부터 삐걱

 

데이원스포츠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프로농구계에 뛰어들었다. 2021~2022시즌을 마치고 운영을 포기한 오리온을 인수해 재창단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공동 대표이사로 내세워 큰 관심을 모았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법인 데이원스포츠가 구단 운영을 맡았고, 캐롯손해보험이 네이밍 스폰서를 맡았다. 새 출발선 앞에서 허재 대표이사는 “오래가지 못할 거란 우려도 있지만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10개 구단 체제가 유지됐다는 기쁨도 잠시.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시작 과정부터 삐걱댔다. 무엇보다 ‘재정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작년 6월 진행한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에서 한차례 보류되는 해프닝을 겪은 이유다. 자금 운영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재정의 연속성, 투명성과 관련해서도 신뢰를 주지 못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나서 지원을 보증하는 자료까지 제출한 후에야 KBL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 벼랑 끝으로

 

재정 문제는 끊임없이 수면 위로 올랐다. 데이원스포츠는 가입비 격인 특별회비를 내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당초 1차분(15억 원 중 5억 원)을 9월 30일까지 내기로 돼 있었으나 계속 날짜를 연기했다. 심지어 11일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릴 때에도 미납 상태였다. 급기야 KBL은 긴급이사회를 개최해 10월 13일 낮 12시까지 입금하지 않을 경우 정규경기 출전을 불허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데이원스포츠는 12일 가까스로 납부했다.

 

모기업의 경영 악화까지 더해졌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최근 심각한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사실상 농구단을 지원하기 힘든 상황이다. 데이원스포츠는 1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선수단 및 프런트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관계자는 “경영진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어떻게 해서든 자금을 마련해왔지만, 계속 이렇게 운영할 순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현재 협상 중인 기업이 조기에 구단 운영에 관여하는 방안 또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 넘어 산이다. 데이원스포츠는 오는 3월 말까지 특별회비 잔금 10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선수단 급여까지 밀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제때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 플레이오프(PO) 일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KBL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속앓이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캐롯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하나로 똘똘 뭉쳐 8일 현재 20승19패를 기록,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로농구 캐롯이 지난해 8월 창단식을 열고 새 시작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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