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겨울여행 성지 ‘용평’을 아시나요?

올해 50주년 맞은 용평리조트
진부역서 셔틀버스로 이동 가능
케이블카 타고 발왕산 정상 올라
24m ‘기 스카이워크’ 서면 아찔
새하얀 눈 덮인 ‘천년주목숲길’
힐링명소 ‘애니포레’도 가볼만

“하지만 제 첫사랑이 저를 다시 부르면 어떻하죠?” 한류 드라마의 원조격인 ‘겨울연가’에서 가장 유명한 명대사다. 많은 외국인들에게 용평리조트는 ‘첫사랑’같은 존재다. 일본의 겨울이 영화 ‘러브레터’의 ‘오겡끼데스까∼’로 기억되듯, 우리나라의 겨울은 ‘겨울연가’부터 ‘도깨비’에 이르는 수 많은 영화,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세계인에게 각인돼 있다.

‘기 스카이워크' 주변에서 활강을 준비하는 스키어 들

용평은 국내 중장년층 스키어에게도 ‘첫사랑’같은 곳이다. ‘겨울여행=스키장’으로 통하던 90년대∼2000년대에 용평을 드나들던 이들이 기억하는 용평의 설원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낮에는 신나게 스키를 타고 밤에는 나이트 클럽에서 청춘을 불살랐다. 새벽이면 동해바다까지 넘어가 일출을 마주했다. 세월이 흘러 이들은 부모가 됐고, 그 자녀들이 용평 겨울 드라마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어 슬로프를 누빈다.

가수 김현철의 앨범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1993)’을 들으며 용평으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KTX 경강선을 타고 1시간40분 가량 가면 진부역에 도착한다. 진부역에서 리조트까지는 약 16km. 택시를 이용하면 20분이면 도착한다. 진부역-용평리조트 셔틀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횡계는 이제 옛 지명이다. 지금은 대관령 면이다. 이 일대는 국내에서 가장 적설량이 많고 겨울이 길다. 절기상 입춘이던 지난 주말에도 용평리조트에는 약 9000명이 찾아 은빛설원을 질주했다.

1973년 법인을 만들고 1975년 한국 최초로 스키장을 개장한 용평리조트는 올해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18 동계올림픽 이후 그 위상이 한 단계 격상됐고, 모나파크 용평리조트로 이름도 바꿨다. 지금도 슬로프의 다양성과 부대시설의 규모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왕을 탄생시키는 기운을 가진 산'이라는 의미의 발왕산은 평창군 진부면과 대관령면의 경계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으로, 해발고도가 1458km에 이른다. 태백산맥의 줄기인 중앙산맥에 딸린 산인 만큼 오대산(1563m), 태백산(1567m)에 버금가는 덩치를 자랑한다.

천년주목숲길 입구에서 상고대를 즐기는 관광객들 모습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의 진정한 매력은 접근이 쉽다는 점이다. 2시간30분 가량 걸리는 ‘엄홍길 등산로'를 이용해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용평리조트 드래곤프라자 2층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등산을 하지 않고 20분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용평리조트 케이블카는 스키어와 일반관광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왕복 운행거리는 7.4km로, 약 20분간 아늑한 캐빈 안에서 발 아래 설경을 감상하면 탄성이 터져나온다.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캐빈 내 스피커로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설경과 음악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정상부 서밋랜드 하차장에 도착한다.

발왕산 정상 ‘기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용평리조트 풍경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스카이워크인 ‘기 스카이워크'가 있다. 발왕산 정상에 높이 24m로 세워진 랜드마크다. 스카이워크로 나가면 장엄한 태백산맥의 설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정상부에 있는 카페에서는 용평의 상징인 수리부엉이 모양으로 만든 빵을 판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와 바로 옆 주목군락지는 해발 1000km 이상의 높은 산 능선에서 주로 자라는 상록교목이 이어진다. 줄기에 붉은 빛이 돌아 ‘주목'으로 이름 지어졌다.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은 3.2km로 왕복 1시간30분이 걸린다. 무장애데크길로 조성돼 있어 쉽게 걸을 수 있지만 겨울에는 방수가 되는 등산화, 트레킹화를 착용해야 하고 아이젠을 준비해 가는것이 좋다.

눈부신 상고대가 반짝이는 주목군락지 입구는 마치 겨울왕국같은 환상적인 풍경이다. 초입의 ‘마유목'은 고목이 돼 속이 텅 빈 야광나무 안에 마가목씨가 뿌리를 내려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둘레길 형태의 코스를 따라 속이 텅 빈 채로 천년을 살았다는 참선주목, 바위 위로 넓게 뿌리를 뻗은 ‘왕발주목', 8자 형태를 띈 가지를 가진 ‘8자주목', 둘레 4.5km의 ‘어머니왕주목'과 ‘아버지왕주목' 등이 줄줄이 나타난다.

천년주목숲길을 한바퀴 돌고나면 천연암반수를 마실 수 있는 발왕수 가든이 나온다. ‘재물', ‘건강', ‘지혜', ‘사랑' 이라는 이름의 각각 다른 물줄기의 암반수를 마실 수 있다. 용평리조트는 이 물을 길어다가 막걸리와 김치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애니포레 알파카 먹이주기 체험

어린 자녀를 동반했다면 골드 슬로프 계곡 부근에 조성된 애니포레(Ani-Fore) 방문을 추천한다. 용평리조트에서 가장 최근 개장한 시설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애니포레는 크게 동물이 있는 농장과 독일가문비나무 산책길로 나뉜다. 해발 1000m 지점에 마련한 동물농장에서는 알파카·양·염소·토끼 등을 직접 보고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북유럽 산장 같은 분위기의 무인카페도 있다. 산책로 중간에 너른 광장이 있는데 봄∼가을에는 이곳에서 요가 클래스 같은 웰니스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용평리조트에는 스키를 타지 않는 사람을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가 유독 많은 편인데, ‘K겨울여행 성지’를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숨어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2023 윈터코리아페스티벌 데이' 행사를 용평에서 개최한 이유도 해외에서 높은 인지도 때문이다.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2년간 중단됐던 방한 동계스포츠 관광의 재개를 알리고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홍보하기 위해 열렸다.

‘제40회 용평 인터내셔널 스키 페스티벌’에서 활강하고 있는 참가자

이달 3일부터 5일까지는 3일간 ‘제40회 용평 인터내셔널 스키 페스티벌’이 열렸다. 1983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40회째를 맞은 ‘용평 인터내셔널 스키 페스티벌’은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전통 있는 스키대회다.

참가자들은 순수하게 스키를 좋아하고 즐기는 아마추어들로 이 행사를 통해 한국 스키의 명소 용평리조트에서 설원을 즐기고 친목을 다지는 데에 의미를 가진다. 올해에는 독일, 프랑스, 일본,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미국 등의 각국 대사를 비롯하여 총 20개국 350여 명의 주한 외국인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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