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에 효과적인 침치료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우리에게 익숙한 치료법 중 하나인 침치료는 그 기원이 무려 석기시대까지 내려간다. 오늘날의 예리한 침과는 달리 옥이나 돌을 갈아낸 ‘폄석’이라는 도구로 살갗을 자극해 치료가 이뤄졌다. 이처럼 침치료는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발전해 온 주요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초기 침치료의 형태와 비슷한 치료법을 다뤄 한의사로서 커다란 흥미를 가졌던 영화가 있다. 바로 전 세계적인 흥행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다.

전편 ‘아바타’에 이어 13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 아바타2는 판도라 행성에서 가족을 이룬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인간의 침략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은 설리 가족은 열대우림에서 바다로 피난을 가는 긴 여정을 택한다. 설리는 산호초 주변에서 생활하는 멧케이나 부족을 찾아가 그들의 도움과 함께 본격적인 바다 생활 적응에 나선다.

하지만 두꺼운 꼬리와 납작한 팔로 빠르게 수영하는 바다 부족과 달리 얇은 꼬리와 팔을 가진 설리 가족은 바다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딸 ‘키리(시고니 위버 분)’는 수중 호흡법을 금방 익히고 바닷속 생물들과 교감하는 등 가족 중에서 가장 빠른 적응 속도를 보인다.

키리가 바다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보이던 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녀가 정신을 잃으며 영화의 분위기는 한차례 고조된다. 바닷속 영혼의 나무와 교감하던 중 갑작스럽게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기절한 것이다. 이에 바다 부족의 정신적 지주인 ‘로날(케이트 윈슬렛 분)’이 나서 키리의 치료를 맡는다.

그녀는 끝이 뭉툭한 붉은 침으로 키리의 복부를 위에서 아래로 세 번 가량 지그시 누른 뒤 등에 숨을 불어 넣는다. 로날의 치료 덕분에 키리는 정신을 되찾게 되는데, 침을 놓은 혈자리가 음교혈과 중완혈 부근인 것으로 보아 체내에 정체된 기운이 기절의 원인은 아니었을지 재미난 상상을 하게 됐다. 해당 혈자리는 복부에 쌓인 찬 기운과 습한 기운을 밖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등에 입김을 부는 치료 역시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 뜸치료와 성격이 매우 유사해 보였다.

이처럼 다소 원시적으로 보이는 초기 침치료는 오랜 기간 계속된 발전을 거듭해 최근에는 현대기기를 접목한 전기침, 레이저침 등의 형태도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 관점에서도 치료 효과가 검증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침치료 활용도가 높은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뛰어난 치료 효과가 SCI(E)급 국제학술지를 통해 지속 발표되고 있다. 일례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허리 통증 환자의 요추 수술률이 36%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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