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설경에 송어축제까지… 겨울맞은 평창 ‘아찔한 유혹’

유적지 월정사·상원사 찾아
전나무숲길·선재길 거닐며
눈 덮인 풍경에 흠뻑 취해
애니포레서 동물들과 교감
송어 낚시 통해 손맛 만끽

지난 15일 대설주의보가 내린 평창으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오대산 진부역까지 KTX를 타고 가는데, 강원도를 향할수록 눈발이 거세졌다. 대표적인 겨울 휴양지인 평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평창은 태백산맥에 자리한 평균고도 700m의 고원지대다. 이곳에 아름다운 ‘겨울왕국’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겨울 축제를 대표하는 ‘평창송어축제’가 3년 만에 돌아온다. 축제는 오는 30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열린다. 차갑고 맑은 겨울 공기 속에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기 손색없다. 25일, 축제와 함께 꼭 둘러봐야 하는 평창의 명소를 소개한다.

오대산 선재길

◆3년 만에 돌아온 ‘제14회 평창송어축제’

 

꽁꽁 언 얼음 위에서 즐기는 송어낚시를 즐겨보자. 평창은 송어양식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한 곳이다. 이렇다보니 송어 살이 찰지고 맛이 뛰어나다. 송어 자체가 힘이 세서 손맛도 좋다. 송어낚시에는 미끼를 사용하지 않지만, 초보자라도 쉽게 낚시방법을 익힐 수 있어 송어 누구나 ‘손맛’을 볼 수 있다.

 

낚시보다 더 짜릿란 송어 잡이에 도전하고 싶다면 ‘송어 맨손잡이’가 제격이다. 쏜살같이 달아나는 송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축제의 백미’다. 반바지를 입고 차가운 물에 풍덩, 맨손으로 직접 송어를 잡아채는 재미는 낚시와는 또 다른 손맛을 전해준다.

 

직접 잡은 송어는 매표소 옆 회센터에서 바로 손질해 회나 구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겨울 축제답게 눈과 얼음이 함께하는 레포츠도 가득하다. 눈썰매, 스노우 래프팅, 얼음카트, 얼음자전거 등이 기다린다.

 

◆문화유적 품은 불교 성지 ‘오대산’

 

진부역(오대산역)에 내리니 새하얀 풍경이 기다린다. 목적지로 떠나려는데 ‘여행 베테랑’ 동행들이 ‘장갑을 왜 착용하지 않았느냐’며 빨리 사오라고 재촉한다. 영하까지 기온이 뚝 떨어지는 평창에서 장갑 등 ‘겨울 장비’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것.

평창 송어축제

다행히 역사 매점에서 장갑을 팔고 있다. 평창올림픽의 캐릭터 ‘반다비’가 그려진 장갑을 구입했다. 장갑을 낀 채로 스마트폰까지 쓸 수 있다. 여행 중 가장 잘 구입한 기념품이었다.

 

아울러 언제 눈이 내릴지 모르는 겨울, 모자도 꼭 챙기자. 이날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내내 모자 없이 야외 활동에 나서는데, 결국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처럼 변해 묶은 머리카락이 꽁꽁 얼었다.

 

오대산으로 향한다. 진부역에서 20분이면 도착한다. 오대산은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다섯 개 봉우리가 우뚝 서 있다.

 

오대산은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의 성산이기도 하다. 문수보살이 머문다는 중국 오대산과 관련, 산 전체가 불교성지인 곳은 국내서는 오대산이 유일하다. 오늘의 목적지인 월정사·상원사도 이곳에 있다. 산봉우리 대부분이 평평하고,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 또한 경사가 완만해 등산이 어렵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번뇌가 사라지는 길’ 따라 걷는 새하얀 상원사

 

오대산 일대에 모인 식당가를 찾아 식탁을 꽉 채운 산채 밥상과 향긋한 더덕으로 배를 채우고 상원사로 향한다.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 4년(704)에 통일신라의 승려이자 왕자인 보천과 효명(성덕왕)이 세운 사찰이다. ‘번뇌가 사라지는 길’을 넘어 길다란 돌계단을 올라 상원사로 향한다. 눈덮인 사찰에 고즈넉함이 더해진다.

 

상원사는 특히 조선 세조의 원찰로도 꼽힌다. 상원사 입구에는 커다란 잎갈나무와 ‘관대걸이’라는 바위 조각이 있다. 이는 세조 임금이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해 상원사 계곡을 왔다가 의관을 걸어놓은 데서 유래가 됐다.

 

세조는 전신에 종기가 돋는 피부병에 걸려 힘든 시기를 보냈다. 명의와 명약에도 효험을 보지 못하자 결국 오대산으로 향했다. 부처님께 참회 기도를 올려 낫기를 발원한 것. 세조가 상원사에서 기도하던 어느 날, 오대천의 맑은 물이 좋아 혼자 목욕하고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한 어린 동승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했다.

상원사

목욕을 마친 세조는 동승에게 “그대는 어디 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동승은 미소를 지으며 “대왕은 어디 가든지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놀라 주위를 살피니 동승은 간 곳 없고 어느새 피부병이 씻은 듯 나아 있었다. 상원사 한켠에는 이런 내용을 그린 탱화가 그려져 있다.

 

문수보살의 가피로 불치병을 치료한 세조는 크게 감격해 화공을 불러 동자의 모습을 그리고, 목각상을 조각했다. 이 목각상이 바로 상원사의 문수동자상이다. 일자 앞머리에 양갈래의 ‘만두머리’가 눈에 띈다. 왕실의 보호를 받았던 상원사는 현존하는 동종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국보 제36호 ‘상원사동종’도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 걷고, 따뜻하게 ‘티타임’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오대 중 중대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조성했다. 주요 문화재로는 석가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일명 ‘약왕보살상’이라고도 하는 보물 제139호인 월정사 석조보살좌상이 있다.

 

월정사를 둘러본 뒤 한옥카페 ‘청류다원’을 찾아 따뜻한 대추차를 마신다. 주변을 둘러보니 겨울에 어울리는 쌍화차를 많이 시킨다. 내부가 통유리로 꾸며져 있어 내부에서도 월정사의 하얀 풍경을 한눈에 액자처럼 담을 수 있다. 사찰과 한옥이 어우러지는 ‘감성 카페’다.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이곳의 명물 천년 숲길 ‘월정사 전나무숲길’로 향한다. 일주문을 지나 월정사를 향해 걷다 보면 아름드리 전나무가 길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장쾌하게 뻗은 전나무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나뭇잎에 앉은 눈꽃이 동화 같은 겨울 감성을 고조시킨다. 마스크를 벗고 나무 향기를 듬뿍 마셔보자. 눈이 많이 온 날이라면 어그부츠는 추천하지 않는다. 발은 따뜻하지만 눈이 많이 쌓여 결국에는 신발이 푹 젖는다.

 

월정사에서 시작해 동피골을 거쳐 상원하까지 이어지는 10km 거리 ‘선재길’도 유명하다. 1960년대 말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불교신도들이 다니던 길 누구나 걷기 쉬운 사색과 치유의 길로 탈바꿈했다. 선재길은 순한 길이지만 겨울에는 주의해야 한다. 눈이 많이 내리고 볕이 들지 않아 미끄럽다. 탐방시 아이젠 등 겨울 산행장비는 필수다. 선재길로 건너가는 다리 중간은 좋은 포토존 중 하나다. 

 

◆발왕산에서 ‘알파카’ 만나고, 삼양목장서 ‘양’과 친구하기

 

평창에는 복슬복슬한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다수 마련돼 있다. 우선 발왕산 용평리조트에서는 귀여운 알파카가 기다리는 ‘애니포레’가 있다.

 

해발 900~1000m 발왕산 자락에서 알파카와 다양한 아기동물들과 교감하는 ‘알파카 목장’이 기다린다. 모노레일을 타고 10~15분 정도 올라가면 도착한다. 알파카 목장으로 가는 길에는 국내 최대 독일가문비나무 군락인 ‘가문비치유숲’이 있다. 주변에 가득한 피톤치드를 느껴보자.

 

건초와 사료 등 알파카 먹이도 줄 수 있으니 1000원짜리 지폐를 챙기자. 장난꾸러기 알파카 ‘아가’에게 봉투째 사료나 건초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바구니에 담아서 주자. 물티슈 등으로 손을 씻고 직접 손으로 줘도 된다. 이밖에 ‘왕의 기운을 가진 산’ 발왕산의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케이블카, ‘기(氣) 스카이워크’, 무장애도로 산책로도 다녀볼 만하다.

 

알파카와 귀여운 만남을 가졌다면, 삼양목장에서는 양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600만평 드넓은 목초지에서 펼쳐지는 양몰이공연은 삼양목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연이며,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 양·타조 먹이주기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명성이 높다. 삼양라면 컵라면 한그릇도 잊지말자.

 

◆숙종도 인정한 약수 그대로… ‘밀브릿지’

 

오대산국립공원에서 감성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밀브릿지’를 추천한다. 이는 국립공원 내 방아다리 약수터 일대에 조성된 자연체험학습장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했다.

 

밀브릿지라는 이름은 방아다리 약수터의 영문명에서 따왔다. 철분과 탄산이 풍부한 방아다리 약수는 조선 시대 숙종 때부터 약효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눈이 많이 오는 날임에도 약수터에서 물을 떠 가는 관광객이 종종 보인다. ‘전나무 숲 쉼터’를 표방하는 만큼, 60년 넘게 가꿔진 전나무 숲에서 숙박할 수도 있다.

<스포츠월드>


[평창, 글·사진=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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