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문상민이 ‘슈룹’으로 20대 대표 배우 반열에 올랐다. 190cm의 큰 키, 그윽한 눈매,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 그다. 캐릭터의 매력을 온전히 흡수해 시청자에게 전달한 덕이었다.
문상민은 11월 말 촬영을 끝내고 ‘슈룹’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매체를 직접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조차 신인 배우로서 감사한 기회라고 여기며 ‘슈룹’과 천천히 작별하고 있다. 지난 8일 스포츠월드 사옥을 찾은 문상민은 “종영 후 허전할 줄 알았는데 정신없이 보내고 있어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다. 일정이 마무리되면 촬영장도 가고 싶고 서운한 마음도 들면서 싱숭생숭할 것 같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4일 최종회에서 tvN ‘슈룹’은 전국 16.9%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김혜수와 대군들이 똘똘 뭉쳐 만든 결과였다. 문상민은 “소재가 신선했다. 사극에서 왕세자의 경합이 나오고 여기에 어머니들끼리의 다툼까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면서 “모자들의 에피소드가 너무 인상 깊었다. 심소군, 보검군의 에피소드까지 나올 때마다 울면서 봤다. 에피소드도 대본도 탄탄했다”고 ‘슈룹’의 매력을 분석했다.
‘슈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문상민은 “회사에서 좋아해 주신다. 배우로 시작부터 함께해주신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기분이 좋다. SNS의 좋아요 수도, 댓글도 많이 늘었다. 해외팬도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변화를 전했다.
성남대군을 포함해 많은 왕자들을 ‘열어두고’ 진행된 오디션이었다. 재밌는 대사 열전에 면면이 개성도 넘쳤다. 문상민은 “무슨 역이든 하고 싶었다.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나서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뭘 시키실지 몰라서 택호 형제 대사까지 준비해서 갔다”고 당시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후반부 키가 되는 인물이라는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맏형의 죽음, 그 죽음의 진실, 대군에서 세자가 되기까지 변화가 휘몰아쳤다. 후반부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성남대군이었다.
상대에 따라 변하면 입체적 인물이 나오겠다는 생각으로 인물을 연구했다. 문상민은 “어머니를 대할 때는 어린 시절 상처도 있고, 풀리지 않는 궁금증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불안정하기도 했지만, 형의 죽음 이후 엄마에게 신뢰를 느끼고 성장한다”고 화령과의 관계성을 짚었다.
반면 대군들 앞에서는 형으로서 가족을 사랑하고 동생들을 챙기며 책임감을 다했다. “동생들에게 완벽하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형이길 바랐다”면서 “반면 청하 앞에서는 뚝딱거린다. 모든 것에 능한 줄 알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약해지면서 각각 다른 모습을 그려갔다”고 돌아봤다.
세자가 된 후의 변화도 있었다. 그는 “성남대군 때는 감정적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1순위였지만 세자가 되고 나서는 형의 죽음에 관한 실마리를 풀어야 했다. 그 안에서 더 여유를 찾아야 했고, 강단 있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신인치고는 큰 비중의 캐릭터였다. 김혜수와 함께 극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그를 때마다 대본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예에 능한 성남대군을 표현하기 위해 승마, 액션도 필수였다. 칼을 쓰는 기본 동작부터 하나씩 지도를 받았다. 맨손 액션과 낙법까지 여러 가지 액션을 연마했다. 그중에서도 1년 가까이 공들인 승마에 관한 에피소드가 웃음을 자아냈다.
“사극이라 가장 힘든 건 승마였어요. 사실 포기하고 싶기도 했죠. 중간에 ‘잠깐 쉬겠습니다’하고 집에 간 적도 있어요. (웃음) 말이랑 기 싸움도 많이 했어요. 제가 긴장한 걸 말이 알더라고요. 제가 진 걸 수긍하고 당근도 각설탕도 주면서 원만한 합의를 봤어요. 힘만 들어가다 보니 박자 감각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이젠 자신 있어요.”
‘금방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파이팅 넘쳤던 문상민은 “스스로 몸을 못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팔과 다리가 긴 사람들이 ‘허우적댄다’고 이야기하는데 모니터를 해보니 잔동작도 없이 깔끔하더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날카로운 이미지를 위해 감량도 했다. 촬영하며 자연스레 몸무게가 빠지면서 성남으로서 그 모습이 더 알맞게 느껴졌고, 식단 관리를 시작해 몸을 유지했다.
문상민은 성남대군이 미스터리하게 그려지길 바랐다. 생각과 감정이 쉽게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궁금해지게 하고자 했다. 절벽에서 뛰어내린다거나 나라님에 대한 솔직한 백성들의 말을 솔직하게 전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이 성남의 매력이었다.
표현에 중점을 둔 건 ‘눈빛’이다. “초반엔 대사도 없다 보니 감정이나 상황을 눈빛으로 전달해야 했다. 초반에 잘 잡아두니 세자가 되고 나서도 변화를 줄 수 있었다”고 비교했다.
박경우(김승수)를 찾기 위해 떠난 만월도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다. 궁 밖에서 진행된 야외 촬영에 환경의 변화도, 새로운 용어들의 등장도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남대군을 찾아 무작정 따라온 청하와의 로맨스는 만월도 에피소드 이후 급속도로 무르익었다.
“잘 생겨서 좋다”는 당돌하고 귀여운 고백이 있었다. 그렇다면 성남대군은 왜 청하를 좋아하게 된 걸까.
“성남이는 솔직한데, 혼자 삭히는 편이에요.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 게 비겁하긴 하지만요. 나와는 다른 사람에게 끌린 것 같아요. 화살은 잘 피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청하는 예측할 수가 없거든요. (웃음) 그런 점에서 호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 저도 청하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끌릴 것 같아요.”
청하 역 오예주에 대해서는 “처음엔 어색했는데,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며 “청하는 예주가 해서 사랑받을 수 있었다. 초반 어색했던 부분은 오히려 첫사랑처럼 풋풋하게 보인 것 같다”고 로맨스에 만족감을 전했다.
성남의 어머니, 화령 역의 김혜수도 빼놓을 수 없다. 모자간의 호흡을 맞추며 시청자를 웃고 울게 했던 두 사람이다. 문상민은 “정말 감사하다. 선배님과 연기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리액션이 나오고 극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시더라.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었다. 선배님도 이렇게 하시는데, 나는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이 들더라”고 답했다.
대선배의 아우라는 대단했다. 2화의 대군들과 화령의 신을 언급한 문상민은 “신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다 같이 즐겁게 분위기를 확 띄우고 촬영에 들어가신다. 반면 감정신에서는 스태프까지 모두 울음바다가 된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현장을 압도하는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가 시청자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서 자극이 많이 됐다. 과연 시간이 지나면 나도 선배님처럼 될 수 있을까 궁금했고, 그렇게 되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고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마지막 촬영 역시 김혜수와의 장면이었다. 세자가 화령의 ‘슈룹’이 되어주는 뭉클한 엔딩이었다. “성남이 우산을 씌워드리는 게 모든 왕자를 대표하는 것 같았다”는 문상민은 “당시엔 슬프지 않았는데, 방송을 보니까 엄청 슬퍼 보이더라. 서운한데 아닌척하는 얼굴이 보였다.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슈룹’을 관통한 주제 ‘모성애’에 관해 묻자 그는 “모성애는 그 어떤 것도 이길 수 없는 힘인 것 같다. 화령과 후궁들의 모성애로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16부가 모성애의 힘으로 가다 보니 그 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했다.
‘배우 문상민을 각인시키자.’
‘슈룹’에 임하면서 가진 목표였다.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해 참여하게 된 작품, 그리고 첫 TV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나아가 성남대군으로서의 목표도 있었다. 경합이 시작되며 ‘어세성(어차피 세자는 성남대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문상민은 “시청자가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부분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책임감도 더 생겼다”고 했다.
“2022년은 ‘슈룹’의 해”라고 정의할 정도로 한 해를 꼬박 공들인 작품이다. 잊지 못할 한 해를 만들어 준 ‘슈룹’에 감사하며 “올해는 성남대군이 있었다면, 내년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이 된다. 2023년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역할을 만나고 싶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귀엽다’, ‘멋있다’ 등 문상민을 향한 시청 후기들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문상민에게 가장 기분 좋은 댓글이 있었냐고 묻자 그는 ‘섹시하다’를 꼽았다. “검정 의복을 입고 혼인하는 장면에서 ‘성남에게 처음 보는 얼굴’이라며 섹시하다고 해주시더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내 “내겐 다정다감한 모습도 있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배우 문상민의 초심은 ‘순수하게 연기하자’. 연기를 시작한 순수했던 그 마음을 유지하고자 한다. “진실하게, 즐기면서 행복을 찾는 편이에요. 연기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변치 않길 바라죠. 힘든 일도 있고 상처받을 일도 있겠지만,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내가 잘해야 평생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신인 배우에게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배움의 장이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감독, 선배, 스태프를 만났다. 문상민은 “성남대군이 사랑받으면서 내가 또 다른 모습 보여드릴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으로 ‘슈룹’을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도 변치 않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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