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박진영 “열일하며 최선 다한 20대, 후회는 없어요”[스타★톡톡]

해사한 미소의 유바비(‘유미의 세포들’의 주인공)를 떠올린다면 가히 충격적이다. 감독이 의도했다는 ‘불편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배우 박진영의 첫 스크린 주연작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7일 개봉한 ‘크리스마스 캐럴’(김성수 감독)은 쌍둥이 동생 월우가 죽은 후, 복수를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형 일우가 소년원 패거리와 잔혹한 대결을 펼치는 액션 스릴러다. 박진영은 무자비한 폭력에 휘말린 쌍둥이 형제 일우와 월우 1인 2역을 소화했다.

주연진은 언론시사회에서 기자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했다. 2일 삼청동에서 만난 박진영은 “진짜 긴장했다. 내 얼굴이 (스크린에) 크게 나오니 어색하기도 좋기도 했다. 촬영이 끝난 지 9개월 정도 됐는데, 영화를 보니 아쉬움도 들더라. 그래도 노력한 게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있었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배우로 데뷔했지만 아이돌 그룹 갓세븐으로 활동한 기간이 더 길었다. 무대 위에서면 관객의 에너지가 느껴지지만,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의 생각은 짐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옆자리 김동휘의 손을 꼭 쥐고 영화를 봤다고. “처음엔 못했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이자고 여유로운 척 들어갔는데, 사실은 덜덜 떨고 있었다”는 박진영은 촬영하며 막역한 사이가 된 배우들이 진지한 연기를 하면 웃음부터 터져 나왔다는 후기도 전했다. 

영화는 주원규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욕설, 폭행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무거운 주제들을 다룬다. 수위가 센 원작을 먼저 보고 되레 시나리오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시나리오대로 하길 바랐다. 워낙 폭력적인 신이 많았고,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극 중 일우는 분노로 가득하다. 입을 열면 욕부터 나온다. 만인의 유바비였던 그의 놀랄만한 이미지 변화이자 번듯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의 파격적 변신의 시작이다. 일우와 월우는 지금의 나이에만 도전할 수 있는 배역이었다. 나아가 반전 이미지의 캐릭터를 제안받아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 ‘내게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과감한 도전의 욕심도 났다. 

 

박진영은 “욕을 못하진 않는다. 멤버들이랑 있을 땐 하기도 한다”면서 “일우의 욕이 어색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일우가 처음부터 욕하면서 지낼 것 같지도 않았고, 욕의 다양성 빼려고 해서 똑같은 욕만 했다. 내가 어색한 것도 있었겠지만 일우의 상황이 (욕의) 어색함으로 드러나길 바랐다”고 했다. 

 

제작진의 배려를 받아 초반에 월우 촬영신을 몰았다. 단순한 1인 2역 도전이 아니었다. 발달장애 동생과 복수를 다짐한 형의 공존이었다. 박진영은 “감정을 잡기 전에 일우와 월우가 생각하는 경로를 이해하고 싶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을 고민하려 했다”면서 “서로 상황은 다르지만 감정은 같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을 욕해도 보고 싶어 할 일우, 부모님과 함께한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하며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견처럼 기다리는 월우. 방식의 차이일 뿐 다르게 바라보지 않았다”고 비교했다. 

그래도 분명한 차별점이 있었다. “월우는 항상 웃고 있어야 했다”는 것. 시나리오에도 드러난 월우의 특징이었다. 박진영은 “항상 웃고 있지만 이상하게 슬퍼 보이는 캐릭터다. 마음 아픈 장면도 있었지만 감정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웃는다’는 설정을 감정이 과잉되지 않는 장치로 넣어주신 것 같다. 울고 싶은 순간에도 웃어야 하는 상황이 월우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철거 용역, 샤워장 난투 등 뇌리에 박힌 굵직한 신들이 있다. 샤워장의 폭행 신은 실제 목욕탕에서 촬영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치지 않게 촬영을 마쳤다. 철거장 신에 관해서는 “불편하지만 필요한 신이라 생각했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일우가 가족애가 있는 인물으로 보였을 거다. 하지만 그 신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일우도 잘못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다. 실제로도 마음이 불편했다”고 했다.

 

김성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고자 했다. “힘이 있어서 복수하겠다고 뛰어든 소년이 생각지도 못한 일에 부딪히게 되며 복수에 방해를 받고, 차단했던 휴머니티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휴머니티가 역설적으로 일우에게 복수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진영은 ‘피해자는 왜 용서해야 하나’라는 일우의 대사를 내뱉으며 울컥했던 감정을 떠올렸다. 월우의 죽음에 복수하는 것. 단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일우다. 박진영은 “복수를 행하고자 했던 일우에게 한희상(허동원)과 조순우(김영민)가 (복수를) 막아가는 과정이 방지턱 같은 요소로 작용했다고 본다. 모든 건 의도한 바가 있지 않을까”라고 짐작했다. 

 

조순우 역의 김영민과 부딪히는 신이 많았다. “연기에 도움도 받고 영감도 받았지만, 그걸 차치하고도 현장에서의 배려가 와 닿았다. 모든 신이 감정신이었는데, 솔직히 매 신 제대로 된 감정이 나오진 않았다. ‘기다려줄 테니 괜찮다’는 선배님의 배려가 감사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울려 퍼지는 “창밖을 보라∼”로 시작되는 대표적인 캐럴. ‘크리스마스 캐럴’을 본 관객들이라면 이 캐럴이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평생 들어왔던 곡의 음정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월우가 흥얼거리는 ‘창밖을 보라∼’에 담긴 여러 의미가 스쳐 간다. 

 

박진영은 “똑같이 부를 수도 있지만, 월우라면 그럴(캐럴을 익힐) 여유가 없었을 것 같다. ‘들어는 봤는데 뭐더라?’ 싶을 것 같았고, 일우도 그럴 것 같았다. 음을 바꿔 부르다 보니 실제 노래가 기억이 안 나더라. 조금씩 변경해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든든한 전우들이 생겼다. 서먹하던 분위기는 한 번의 술자리로 돈독해졌다. 이들과 살을 맞대며 촬영한 샤워장 액션신을 언급하며 “힘들긴 힘들더라. 다 벗고 남정네들과 함께 부둥켜서 많이 찍어야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많이 친해서 웃으며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2주에 한 번씩은 단체 영상통화를 한다. 그만큼 친해졌다. 같이 놀러도 갔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웃음 나는 포인트들이 있었지만 영화의 톤이 어둡다 보니 ‘할 땐 한다’가 암묵적인 룰이었다”고 짚었다. 

지난해 소속사를 이적하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본업은 가수”라 이야기하는 그에게 연기는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음악을 하고 앨범도 내겠지만,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해볼 수 있는 게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기회를 준 회사를 만나게 됐고, 행복하지 않아 내려놓을지라도 지금 호기심이 든다면 (도전) 해보고 싶어요.”

 

KBS2 ‘드림하이’(2012)로 시작해 아이돌 그룹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면서도 배우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2019),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2020), ‘악마판사’(2021) 등 주연작도 여럿이다. 그는 “대본과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과거엔 내가 해보고 싶은 게 우선이었다. 지금은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는 회사도 생기고 폭넓게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게 됐다”고 돌아봤다. 

 

“뭐든 다 해보고 싶다”는 박진영.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연기를 향한 열망이 넘친다. 그는 “30대엔 그 나이에 맞는, 지금은 지금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면서 “마지막 ‘굿바이’의 의미로 교복도 한 번 더 입고 싶다”고 쾌활하게 웃었다. 

 

‘본업’인 가수로서의 행보도 놓치지 않는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내달 솔로 앨범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앞선 그의 곡들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살아가며 느낀 감정들을 곡에 담았다. 박진영은 “그 이야기를 사랑 표현으로 바꿔 듣기 편하게 가사를 썼다. 고마운 팬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갓세븐 활동할 때는 몰랐는데, 연기하다 무대에 서니 ‘아 이 느낌이구나’ 울컥하더라. 그게 참 고마워서 곡을 썼다. 내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떻게 고민하고 풀어가는지가 담긴 앨범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 한 해 영화, 드라마, 가수 활동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5월 갓세븐 완전체 활동으로 팬을 만났고, 티빙 ‘유미의 세포들2’, 디스커버리 채널 ‘잠적’에 출연, 최근에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도 깜짝 출연해 반전을 안겼고, 현재 드라마 ‘마녀’를 촬영 중이다. 올해의 목표였던 ‘일을 많이 하자’에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20대의 마지막 해를 꽉 채운 박진영은 내년 초 입대를 앞두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잘 기록해두고 가자는 목표는 이뤘다. 20대를 돌아보면 후회는 없다. 가끔 방황할 때도 있고 힘들기도 했지만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솔직히 30대 되는 게 믿기지는 않아요. 아직도 마음은 20대 초반이죠. 현장에서 ‘선배님’이라 불리는데 난 아직 후배 같기도 하고. 30대가 되면 그에 맞는 어른스러움이 생기겠죠? 연애는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요. 곧 (군대에) 가야하는데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게 무책임하다 생각도 들고요. 다녀오면 (연애해도) 아가새(공식 팬덤 명)가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웃음)”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주)엔케이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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