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사일의 기적.’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사우디아라비아가 살렸다. ‘유력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2일 오후 7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에 위치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유력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의 라스트댄스이고 A매치 36경기 무패를 기록 중이었던 까닭이다.
아르헨티나는 그 평가를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는 듯했다. 전반 10분 만에 메시의 선제 페널티킥 득점으로 리드를 잡았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공략했다. 오프사이드로 연속 득점 취소를 당했으나 꾸준하게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후반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살레흐 알 세흐리가 후반 3분 동점골을 넣었다. 흐름을 되찾은 사우디아라비아는 5분 뒤 역전골까지 기록했다. 살렘 알 다우사리의 역전 득점은 마치 대한민국 공격수 손흥민(30·토트넘)의 전매특허 득점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원더골로 포효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르헨티나는 마르티네스, 알바레스, 페르난데스, 아쿠냐 등 전 포지션 별로 선수들을 투입하며 동점골을 꾀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손을 잡았다.
‘루사일 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1958 스웨덴 대회 서독전 이후 선제골을 넣고 월드컵에서 패한 적이 없다.
A매치 대기록 작성을 놓친 부분도 있다. 현재 36경기 무패를 기록 중이던 아르헨티나는 해당 부문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이탈리아(37경기 무패)와 타이까지 단 1경기를 남고 놓고 있었다. 그런데 약체로 평가받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일격을 당하며 기록이 초기화 됐다.
아르헨티나 기준으론 참사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시선으론 ‘루사일 기적’이다. 끊임 없는 압박, 포기 않는 집중력으로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아시아 축구에도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아시아 참가국 6개 중 2개 국만 경기를 치르긴 했으나 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카타르는 월드컵 역사상 개최국이 처음으로 패배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 다음 경기를 치른 이란은 잉글랜드에 무려 2-6으로 대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아르헨티나를 만난 터라 패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며 아시아 축구 자존심을 살렸다.
한국이 이 기운을 이어받을 필요가 있다. 마침 상대도 같은 남미국가인 우루과이다. 24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아시아 강호의 위용을 뽐낼 수 있을까.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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