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세기말에 꽃힌 한국영화들

'20세기 소녀'

 

‘세기말에 제대로 꽂혔다.’

 

한국영화계에 세기말(1990년대)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20세기 소녀’(방우리 감독)에 이어 ‘동감’(서은영 감독)이 같은 시기를 그려 눈길을 끈다. 이 작품들이 특별히 그 시절을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20세기 소녀’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는 어느 날 도착한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첫사랑 관찰 로맨스에 대한 기억이 담겼다. 17세 소녀 보라(김유정)가 절친 연두(노윤서)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내용.

 

90년대 특유의 분위기를 로맨스와 녹여내며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콘텐츠 순위 집계 업체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 세계 넷플릭스 종합 순위 2위까지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평가도 좋다. 영화 DB사이트인 IMDb에서 10점 만점에 7.3점을 기록해 올해 공개한 한국 넷플릭스 작품 가운데 최고점을 올렸다.

 

90년대는 특별한 시기였다. 당시는 어두운 경제 상황을 비롯해 특유의 불안감이 시대를 뒤덮었다. 오죽하면 지구 멸망이라는 이슈까지 등장했을 정도.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이 지나가면서 지금은 당시를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꿋꿋이 나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았다.

 

90년대는 디지털 신문물로의 전환기를 앞둔 직전 시기이기도 하다. 휴대폰에게 자리를 내준 공중전화와 삐삐, 각각 싸이월드와 CD로 대체됐던 교환일기장, 음반 및 비디오테이프 등이 아련한 향수를 자극했다. 

 

‘자유방임’했던 교육 과정도 한 몫했다. 방우리 감독은 “당시는 ‘이해찬 1세대’라고 불리는 새로운 교육 과정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공부를 시키지 않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구애 받지 않고 (고등학생) 2년 동안 놀다가 뒤늦게 공부를 하게 됐다. 이런 당시의 분위기도 영화의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동감'

 

뿐만 아니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동감’은 2000년 개봉했던 동명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 1999년의 용(여진구)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가 구형 무전기를 통해 우연하게 소통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 시절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서로의 사랑과 우정, 미래에 응원을 하는 장면을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대목이다. 특히 세기말인 1999년의 삶을 살아가는 용의 스토리는 당시의 에피소드들을 되살린다.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등 청춘 스타들의 라인업도 풋풋함을 더한다. 

 

이에 ‘동감’ 역시 동 시대 배경 및 리메이크 원작의 매력을 통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jkim@sportsworldi.com 사진=각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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