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엔트리 30인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31번째 선수로 팀과 동행 중이다. 사령탑의 특별 지시 덕분이다. 프로야구 키움 포수 김시앙(21)은 “그라운드 밖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앙은 지난해 2차 5라운드 전체 49순위 지명을 받고 올해 1군에 데뷔했다. 총 13경기서 타율 0.083(12타수 1안타)에 그쳤다. 가을야구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시앙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포수 포지션에 이지영과 김재현의 이름만 적었다.
대신 홍 감독은 직접 동행을 주문했다. 가을 분위기를 느끼고 팀과 함께하며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였다. 김시앙은 경기 전 훈련까지 소화한 뒤 더그아웃을 빠져나왔다. 전력분석팀과 경기를 관전하며 투수들의 공, 포수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김시앙은 “올해 보여드린 게 없어 엔트리에 들지 못할 것이라 예상은 했다. 그런데 팀과 동행하게 돼 좋았다. 내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감독님께서 형들이 플레이하는 것 잘 지켜보라고 하셨다. 한 번씩 ‘야구 잘 보고 있냐’고 물어보셨다”고 밝혔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아쉬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그는 “열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실제로 뛰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 팀이고 이곳은 1군이라 친한 동료들이 플레이하는 걸 보면 같이 떨리고 긴장됐다”고 미소 지었다.
그라운드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은 조금 달랐다. 김시앙은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등을 생각하며 더 공부하려 했다. 다음엔 꼭 출전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자 한다”며 “포수라 볼카운트 승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경기 중엔 보이지 않던, 다른 부분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올해를 돌아본 그는 “무척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처음으로 선발 출전도 해보고 좋은 투수들의 공도 받아봤다”며 “작년보다 잔 실수가 조금 줄어든 듯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비시즌 질롱 코리아에 다녀오는데 열심히 배워오겠다”고 다짐했다.
큰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힘을 실었다. 김시앙은 “밖에서 보니 다들 더 빛나고 멋있는 것 같다. 좋은 경기하고 있으니 끝까지 다치지 않고 모두 잘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서도 동료들의 곁을 지킬 예정이다.
사진=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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