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미루고 싶었던 그날이 왔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롯데)가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홈경기를 마치고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앞서 은퇴투어를 하며 9개 구단과 작별인사를 한 이대호지만, 오랫동안 함께했던 홈팬들과의 마지막은 조금 더 뭉클할 수밖에 없을 터. 이대호는 “오늘이 안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금 빨리 온 것 같아 아쉽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대호의 야구인생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야구를 처음 접하게 된 수영초등학교 시절부터 청소년 대표, 롯데 입단, 국가대표 등에 이르기까지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왔다. 동료, 스타, 가족들의 인터뷰도 함께였다. 팬들은 20년 넘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빛내준 이대호를 위해 케이크와 모자이크 포토 액자를 선물했다. 구단은 영구결번 커플 반지와 동료들의 사인이 들어난 유니폼, 기부금 1억 원을 전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레전드를 예우했다. 7월 13일 한화전 이후 3개월 만이다.
“그날이 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대호는 그간 참았던 감정을 쏟아냈다. 아내 신혜정씨와 딸, 아들의 품 안에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준비해온 고별사를 읽는 동안에도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이대호 “오늘이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라면서 “이런 날 은퇴식을 갖는 것이 감회가 새롭고 많이 슬프다”고 운을 뗐다. 이어 “더그아웃에서 바라보는 사직구장만큼 멋진 풍경은 없을 것”이라면서 “사실 나는 부족한 선수였다. 지금도 가끔 눈을 감으면 내가 한 실수들, 날려먹은 기회들이 떠오른다. 팬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 끝내 거머쥐지 못한 우승이다. 이대호는 “롯데 팬들이 꿈꾸고, 나 또한 바랐던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돌아보면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팀의 중심이 돼 이끌어야 했던 내가 가장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그래도 계속 슬퍼하기보다는, 희망을 찾고자 했다. 이대호는 “롯데엔 나보다 몇 배 뛰어난 활약을 펼칠 후배들이 많다. 변치 않는 믿음과 응원을 보내준다면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날이 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은 이제 롯데에 영원히 남는다. 고(故) 최동원(11번)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다. KBO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17번째다 1986년 안타깝게 사망한 OB 포수 김영신(54번)이 시작이었다. 구단별로 살펴보면 한화가 4명(장종훈 35번, 정민철 23번, 송진우 21번, 김태균 52번)으로 가장 많다. 삼성은 3명(양준혁 10번, 이만수 22번, 이승엽 36번)으로 뒤를 잇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생구단에 속하는 KT, NC, 키움 등은 아직 없다.
이제 이대호는 야구 2막을 준비하려 한다. 은퇴식을 마친 이대호는 선수단 한 명 한 명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마음을 표현했다. 각별한 정을 나눴던 정훈 등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준비되는 차를 타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천천히 팬들과 눈을 마쳤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정한 것은 없다. 우선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예능 출연 섭외가 이어지고 있는데, 에이전시와 논의 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이제 팬으로 돌아가 맥주와 치킨을 들고 가족과 함께 사직구장을 찾겠다. 내일부턴 롯데팬 이대호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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