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 E09 - 제주유나이티드, 지다혜 리포터

 

 프로축구 K리그를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이들도 많다. K리그1 12개 구단별로 1명씩, 총 12명의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순서는 2021시즌 성적 역순, 승격팀 김천상무로 시작해 디펜딩챔피언 전북현대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은 매 라운드에 맞춰 연재한다.

 

 아홉 번째 에피소드에선 제주유나이티드의 자체 소식을 전달하는 지다혜 리포터를 만났다. K리그에선 ‘구단 리포터’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다. 몇몇 구단이 자체적으로 리포터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연속성이 떨어졌다. 그런 희귀한 역할임에도 지다혜 리포터는 올해로 4년 차를 맞았다.

 

 ◆ 당연했던 축구와의 인연

 지 리포터는 “수원 출신이다.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축구장을 자주 찾았고 좋은 기억을 쌓았다. 성인이 돼서도 직관을 많이 갔다. 스포츠계로 진로를 정할 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운을 뗐다.

 

 원래 배우를 꿈꿨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학도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목표에 온전히 닿기 전에 권태기를 맞았다. 지 리포터는 “연기가 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직업으로 일을 했는데 그것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됐다. 그렇게 스포츠 아나운서를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며 “하지만 다소 늦은 나이에 시작했고 그냥 아나운서도 아닌 스포츠 아나운서로 한정해서 준비하다 보니 기회가 잘 없었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채용 공고도 거의 안 나온다. 그러던 중 구단 리포터, 장내 아나운서라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또 다른 직책을 알게 됐다. 때마침 제주에서 오디션 공고가 떴고 3∼4년 전 제주 하이라이트를 전부 챙겨보는 등의 면접 준비로 제주와 연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적성에 취미가 가미되니 일에 재미가 붙었다. 이전과는 달랐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제주의 강등 아픔과 승격 기쁨을 모두 함께 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러 경험을 공유한 만큼 지 리포터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제주의 이미지인 귤과 리포터를 더한 활약으로 제주 팬들은 물론 K리그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지 리포터는 “어느 새 구단도 팬분들도 ‘제주 리포터’는 나라는 게 각인된 것 같다. 팬분들 중에는 나를 보고 리포터의 꿈을 가진 분들도 많이 생겼다. 뿌듯한 마음도 들고 더 잘해야겠단 부담감도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 구단 리포터의 하루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본 이라면 대략적으로 지 리포터가 킥오프 몇 시간 전까지 경기장을 찾는 지 알 터다. 역시 2∼3시간 전에 현장에 등장한다.

 

 지 리포터는 “난 구단 SNS 관리도 함께 하고 있다. 경기장 사진, 날씨 등을 올리면서 경기장에 오시는 팬분들이 어떤 옷을 입고 오셔야 하는지 간단한 게시글을 올린다. 또 라이브도 진행한다. 선수들이 몸 푸는 모습 등 쉽게 볼 수 없는 현장을 담아 온라인으로 팬분들께 전한다”며 “킥오프가 시작되면 라이브를 종료한다. 팀이 이기면 경기 종료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경기를 집중해서 보면서 어떤 선수에게 어떤 것을 물을지 준비한다. 축구를 좋아했던 덕에 인터뷰를 준비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뷰까지 마치면 뒷정리를 한다. 함께 구단 콘텐츠를 만드는 촬영팀과 함께 카메라 정리 등 철수 작업을 한다. 이후 인사를 하거나 사진을 요청하시는 팬분들이 계시면 그들과의 소통까지 마친 뒤 퇴근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수원에 거주하는 지 리포터는 바다를 건너야 하는 제주까지 어떻게 가서 일정을 소화할까. 그는 “경비 지원을 받고 출퇴근한다. 사비를 쓰진 않는다”며 웃은 뒤 “웬만해선 제주에서 1박을 한다. 2시 경기면 전날 간다. 그리고 경기 후 귀가한다. 4시 30분이나 7시면 경기 당일 제주로 가서 자고 다음날 올라오는 편”이라고 타 구단 일원과는 다른 스토리를 공개했다.

 

 ◆ 제주와 쌓은 추억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활약한 만큼 에피소드들이 다양했다. 제주라는 특수성이 만든 ‘최초’를 경험하기도 했다. 지 리포터는 “2020시즌이었다. 부천FC1995와 홈 경기가 있었다. 경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제주로 향했는데 리그 사상 최초로 안개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제주에 있으면 이런 게 특별하진 않다.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볼보이가 세워놓은 공이 날아가는 건 기본이다. 또 (비가 상대적으로 잦아)촬영 장비들이 비에 젖기도 한다.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특별한 경험으로 생각한다. 서귀포 시에 살지 않는 많은 제주도민 분들이 경기장까지 오시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자주 오셔서 구단과 선수들 응원해주시고 나도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공한 축덕’이라고 본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 리포터는 “어릴 때부터 윤빛가람 선수 팬이었다. 경남FC 시절 조광래의 아이들 때부터 눈여겨 봤다. 그런 선수를 전역 후 제주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내가 인터뷰할 일이 없었다. 윤빛가람 선수가 전역한 뒤에 계속 이기질 못해 경기 후 인터뷰를 못했다”며 “다행히 최근 윤빛가람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쳐 팀이 이겼고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다. 정말 떨렸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팬들과의 호흡 역시 특별하다. 그는 제주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누비는 데 등번호로 86번을 택했다. 일반적으로 높은 숫자는 해당 선수의 출생연도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1986년생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지 리포터는 “선수들도, 팬분들도 심지어는 코치님도 ‘1986년생으로 안 보이는 동안’이라며 놀라신다. 그런데 내 등 번호는 출생연도가 아닌 8월 6일 생일에서 딴 86번”이라며 더이상은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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