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 E08 - 수원FC, 윤성준 장내 아나운서

 

 프로축구 K리그를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이들도 많다. K리그1 12개 구단별로 1명씩, 총 12명의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순서는 2021시즌 성적 역순, 승격팀 김천상무로 시작해 디펜딩챔피언 전북현대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은 매 라운드에 맞춰 연재한다.

 

 개그맨에서 전문 MC로,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까지 섭렵했다. 특별한 이력을 가진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의 윤성준 장내 아나운서가 여덟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 특이한 이력의 사나이

 윤성준 장내 아나운서는 원래 개그맨이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다. 장기인 '말하기'를 살려 행사 전문 MC가 됐다. 그러던 중 프로야구 SSG(당시 SK)를 응원하면서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 등 스포츠 전반을 좋아했던 윤 장내 아나운서에게 잘하는 것에 좋아하는 걸 더하겠단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하지만 스포츠 아나운서의 장벽은 높았다. 자주 뽑지도 않는 데다 경쟁률도 바늘구멍이었다.

 

 스포츠 현장에 대한 갈증이 깊어갈 때쯤 상주상무(현 김천)와 연이 닿았다. 2014시즌을 앞두고 상주가 구단 장내 아나운서를 뽑고 있었고 당시 상주의 카메라 중계를 담당했던 지인이 해당 채용 사실을 알려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18시즌을 앞두곤 우연한 계기로 수원FC와도 인연을 맺었다. 보다 많은 현장을 갈구했던 그가 먼저 수원FC 측에 접촉, 구단 측에서도 윤 장내 아나운서의 열정을 높이 사 손을 맞잡았다.

 

 수원FC를 맡았다고 김천을 떠난 것은 아니다. 양 구단 허락을 받고 두 팀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 중이다. 개그맨 출신이라는 점뿐 아니라 같은 리그 두 구단의 홈 경기 운영 마이크를 잡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다.

 

 마침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 라운드 B그룹 첫 경기가 수원FC와 김천의 맞대결이다. 윤 장내 아나운서는 "김천이 승격하기 전까지는 각각 K리그1, K리그2에 자리해 특별히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런데 김천이 1부 리그로 오면서 담당팀이 만나는 일이 생겼다. 스스로는 '윤성준 더비'라고 말한다. 프로구단의 장내 아나운서인 만큼 두 팀이 만나도 프로페셔널함을 유지한다. 당연히 해당 홈 팀의 일원으로 마이크를 잡는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럴 것"이라며 웃었다.

 

 ◆ 장내 아나운서는 어떤 일을?

 윤 장내 아나운서는 홈경기 당일 어떤 업무를 소화할까. 그는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내가 홈경기 때 머무는 중계실로 간다. 거기서 구단 관계자분, 대행사분들, 안에 계신 중계 감독님들까지 함께 사전 미팅을 한다. 해당 경기날 이벤트, 요청사항 등을 확인한다. 이후 경기장을 돌아보면서 특별히 언급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 지도 점검한다"며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본격적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띄우는 안내 방송을 시작한다. 라인업을 소개하고 선수 입장을 알리고 또 킥오프까지 외친다. 이후엔 다시 중계실에서 경기 진행을 한다. 경기 종료 후엔 선수들이 홈 팬분들에게 인사하는 클로징까지 함께한다. 선수들이 퇴장하고 팬분들이 경기장을 떠나시면 그때 나도 함께 퇴근한다"고 말했다.

 

 잘하는 것에 좋아하는 것을 더한 만큼 모든 현장이 즐겁다. 업무의 고충을 묻자 윤 장내 아나운서는 "워낙 좋아하고 꿈꿨던 일이라서 행복하기만 하다. 고충은 딱히 없다. 그러나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가끔 내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홈 경기장을 찾지 못해 대타를 보내야 할 때다. 구단과 팬분들께 죄송하다"며 "실제 처음 수원FC 장내 아나운서가 됐을 때 인연이 닿았던 팬이 '윤 장내 아나운서가 없어서 아쉽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런 게 정말 힘이 되고 더 현장에서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 보다 많은 분이 현장으로 오시길

 현장에서만 소통하는 윤 장내 아나운서인 만큼 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으로 오길 바랐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프로스포츠는 야구가 가장 인기다. 팬분들의 직관율이 높다. 하지만 프로축구도 경쟁력이 있다. 축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다. 대표팀 경기의 열기로 알 수 있다"며 "그렇게 재미있는 축구를 경기장에 직접 와서 보시면 더 재미있다.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오셔서 응원해주셔야 발전도 있고 대표팀까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와서 우리 선수들을 사랑해주신다면 나도 힘이 더 날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윤 장내 아나운서의 현장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향후 목표를 묻자 "홈 경기 때 입는 내 유니폼의 등 번호는 100번이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내가 있는 경기는 100전 100승'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100살까지 하는 장내 아나운서'란 뜻도 있다. 팀에 애정이 정말 많이 들었다"며 "수원FC 홈 경기장은 그라운드에서 장내 아나운서 중계실까지 올라가려면 3층 정도를 올라가야 한다. 구단 분들께 농담 같은 진심으로 '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맞이하는 매 순간이 새롭고 재밌어서 질리지 않는다. 이걸 힘닿는 데까지 하고 싶고 앞서 얘기한 대로 더 많은 팬분과 누리고 싶다"며 웃었다.

 

 사진=윤성준 장내 아나운서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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