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없었다”… ‘열혈강호 온라인’ 흥행에 엠게임 ‘함박웃음’

신규 서버 오픈 등 콘텐츠 강화
中 월 평균 동시접속자 97% ↑
상반기 매출 284억 달성 ‘눈길’
블록체인게임 등 신작 출시 앞둬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 UP
한한령도 비껴간 ‘열혈강호 온라인’ 흥행에 엠게임이 3년째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은 중국 내 ‘열혈강호 온라인’ 캐릭터 이미지.

지난해 초여름부터 우리 게임 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에는 항상 카카오게임즈가 자리한다. 모바일 게임 ‘오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박을 친데 이어 후속작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까지 장르를 넘나들면서 당초 절반의 기대만 내비친 시장에 강펀치를 날렸다. 그런데, 이런 명시적인 흐름을 잠깐 비껴서 보면 나라 밖에서 살뜰하게 실속을 엮어가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국내 대형 게임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조용하게 알짜를 챙기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인사는 “IP(지식재산권)의 무서움을 잔잔하지만 확실하게 간접 경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어느새 한국산 게임이 영향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오히려 큰 소리 치고 있는 ‘열혈강호 온라인’, 그리고 이 게임의 판권 보유사인 엠게임을 두고 한 말이다.

온라인 게임 ‘열혈강호 온라인’으로 2005년부터 중화권을 중심으로 게임 한류를 펼쳐간 엠게임이 다시 중흥의 역사를 써가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 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혹한 시기에 ‘열혈강호 온라인’이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는 단계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밝아서 엠게임의 실속형 맹주는 이변이 없어 보인다.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 인근에서 기자와 만난 권이형 엠게임 대표는 이를 두고 “시기적인 행운에다, 배급사와의 오랜 인연, 이에 비례해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이 모두 긍정적으로 선순환한 덕분”이라며 “신작 온라인 게임의 부재로 인한 유저 이탈도 최소화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권이형 엠게임 대표

실제 엠게임은 2019년 5월 중국에서 공성전 관련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한 뒤 이용자수가 급증했고 동시접속자수도 큰 폭으로 우상향했다. 놀거리가 충실하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현지에서 ‘열혈강호 온라인’을 즐기는 이용자수가 상당하고, 매력적인 콘텐츠에는 이들이 재결집한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엠게임과 중국 서비스사인 베이징후롄징웨이 커지카이파(옛 17게임, 이하 베이징후롄징웨이)는 공성전 적용 이후로도 강화 아이템 등 콘텐츠를 신속하게 보강하면서 다시 유입된 이용자를 악착같이 붙잡아뒀다. 여기에 중국 시장에 만연한 사설 서버 운영자를 발본색원해 선량한 피해자를 줄였고, 이용자들은 이에 보답하듯 게임 커뮤니티에서 운영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같은 표면적인 단계를 거쳐 엠게임으로 연결된 실적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중국 정부의 판호(版號, 일종의 게임 서비스 허가) 규제 이슈와 코로나19의 창궐로 주춤했던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 환경과는 반대로 엠게임은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게 됐다. 엠게임은 중국에서 ‘열혈강호 온라인’이 붐업되기 전이던 2018년에는 27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에는 376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30%를 웃도는 증가폭이다. 36억 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더블 스코어가 됐다.

기회를 포착한 엠게임과 베이징후롄징웨이는 서버 장비 최신화와 더불어 정기적인 신규 서버 오픈, 놀거리 확충, 콘텐츠 업데이트와 맞춤형 이벤트를 연결한 소비 욕구 자극 등 ‘게임판’ 마케팅 개론을 충실하게 따랐다. 이는 입과 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새로운 이용자들의 진입을 가능케 했고, 코로나19 환경 속에서 ‘열혈강호 온라인’에 대적할 대작이 양산되지 않으면서 더 큰 속도로 매출을 불려갔다.

2020년 엠게임은 약 424억 원의 매출을 만들었고, 영업이익은 105억 원을 넘겼다. 2021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번져가면서 2018년보다 두 배 늘어난 557억 원의 매출을 일궈냈다. 영업이익은 ‘열혈강호 온라인’의 중흥 전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증가했고, 전년에 견줘보면 80% 이상 많아진 183억 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215억 원을 거두면서 전년보다 3배나 폭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84억 원을 벌어들였고, 연계된 영업이익은 92억 원을 초과한다.

올해로 18살이 된 ‘고령’(高齡) PC 온라인 게임 ‘열혈강호 온라인’이 중화권에서 맹렬한 속도로 역주행하면서 자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단순히 실적을 견인한 것 외에도 질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엠게임 내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월 평균 동시접속자는 2018년 대비 약 97% 상승했다. 특히 IP의 시장 지배력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엠게임은 중국 유통사와 계약 연장 단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고, 체결된 재계약 금액은 미화 1816만 달러 규모다. 엠게임이 그만큼 좋은 입지에서 협상을 벌였다는 것을 뜻한다. 권이형 대표는 “계약금이 늘어났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갑을 관계로 굳이 비유하는 게 옳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좋은 입지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하반기에도 성과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7월 매출은 올해 상반기 월 평균 매출보다 23% 늘어났다. 8월 말에는 신규 사냥터 맵과 장비를 추가했고 최고 레벨도 확장하는 등 대규모 업데이트를 마쳤다. 또한 중추절과 국경절, 광군제 등 굵직한 시즌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서 실적 확대는 당연한 수순이다.

회사가 내실을 다지고 입지가 높아지면서 구성원들을 향한 보상책 역시 합리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21년 새해 벽두 경기도 판교에서 촉발된 ‘임금인상’ 여파가 엠게임에도 도달했고, 사측은 임직원들의 애사심 고취와 기업 경영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절충점을 도출했다. 바로 양도제한부 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 제도라는 일종의 자사주 부여안이었다. 엠게임은 2021년 12월 20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62억 8625만 원의 상여금을 자사주로 내놨다.

RSU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과 보상을 실물 주식으로 지급하는 성과 제도다. 일정 기간이 흐른 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과는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한 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업이익 급감을 피할 수 있다. 권 대표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 제고와 안정이야말로 사내 구성원들에게 최고의 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RSU 제도의 긍정적인 면이 인정받으면서 엠게임 내부에서는 이탈하거나 퇴사한 인원이 전무하다. 엠게임 임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8년에 이른다. 회사 간 이동을 반영하면 10년을 상회한다. 넷마블(4.4년)과 엔씨소프트(5.9년) 등 주요 기업들에 비해 상당히 길고 업계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한편, 엠게임은 지금의 결실을 미래의 비전으로 잇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가을을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영웅 온라인’의 위믹스 기반 PC 블록체인게임을 비롯해 중국 텐센트가 배급을 담당할 만큼 게임성이 검증된 모바일 게임 ‘지첨영주’, 인기 PC 온라인 게임 ‘귀혼’의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MMORPG ‘귀혼M’을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8월 초에는 엠게임이 직접 개발한 메카닉 3인칭 총싸움 게임 ‘배틀스티드:군마’를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부분유료화 모델로 정식 발매했다. 권이형 대표는 “계절적 성수기인 하반기에는 더욱 확대된 매출에 신작 효과가 더해져 2021년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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