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투지·치밀한 작전… 벨로드롬 이태호 돌풍

훈련원 중위권→S1반 대활약
상대 안가리고 주 전법 구사
수준급 테크닉으로 마크 빼앗아
마크형 한계에도 템포 조절력 ↑
광명스피돔에서 특선급 선수들이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경륜이 게임적인 요소가 성립될 수 있는 조건은 승패가 단순히 힘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각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전만 잘 쓴다면 얼마든지 순위권 진입이 가능하고, 반대로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라인, 연대 세력이 부족한 경우는 제약이나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는 여타 사이클 종목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은 이렇게 기량은 열세지만 불굴의 투지, 신출귀몰한 작전으로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선수나 팀에 열광한다.

6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최근 벨로드롬에 그런 존재가 있다면 단연 이태호(20기 34세 신사)를 꼽을 수 있다. 아마시절, 훈련원(졸업성적 10위)에서 조차 중위권이었던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던 이태호가 현재 S1반에서 당당하게 활약할지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다. 이태호는 프로 데뷔 후 급격한 변화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 부분을 끊임없이 연마했다. 지난 7월 17일에 펼쳐졌던 부산 대상 경주에선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임채빈 그리고 유력한 동반입상 후보였던 김희준, 정재원을 밀어내고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첫 대상 입상이었다.

이태호 선수(20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이태호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상대가 누구건 간에 또 특정 라인이 아무리 강력해도 주눅들지 않는 불굴의 투지다. 특선급은 SS반을 중심으로 2진급까지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태호는 과감하게 자신만의 주 전법을 여지없이 구사한다. 쟁쟁한 2진급 마크맨들이 이태호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경우는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두 번째는 수준 높은 테크닉이다. 이태호가 마크를 빼앗는 타이밍은 동물적인 감각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절묘하다. 0.11초 사이 순식간에 벌어져서다. 특히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뛰어난 가성비다. 흔히 몸싸움을 즐기는 선수는 낙차를 유발시켜 안팎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태호는 지난 2019년 12월 이후 낙차도 없었고,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

세 번째는 마크형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제 라인을 좌지우지 할 만큼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속도를 올려야할 때 상대 또는 반대 라인을 막아내거나 내 외선에서 누르고 밀어 올리는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두 선수를 밀어내는 것이 아닌 많게는 네다섯명을 상대로 결과를 보여준다. 또 이점은 비슷한 부류의 마크형들 뿐만 아니라 선행력의 축들까지 긴장시키게 한다. 경기 초반 상대 선수들의 평정심을 깨는 것부터가 시작이고 또 이태호만이 가진 장점이기도 하다.

경륜 전문가들은 “이태호를 가리켜 강광효, 김철석, 김우년, 박일호 이후 맥이 끊긴 벨로드롬 테크니션의 계보를 잇는 당당한 한축”이라고 호평했다. 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언제 부턴가 강축에 득점 2, 3위가 아무 저항 없이 그 뒤를 따르는 식상하고 단순한 전개를 터부시하는 이태호의 모습에서 팬들이 신선함과 동시에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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