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가 그리고 갔다.
프로야구 김종국 KIA 감독은 지난 6월 25일 잠실 두산전서 야구규칙에 의해 퇴장을 당했다. 서재응 투수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에 올라 투수 장현식과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장현식이 있을 때 마운드에 올랐다.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던 상황은 심판진이 갑자기 모여 4심 합의 판정을 진행하면서 멈췄다. 심판위원이 ‘감독이나 코치는 동일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또다시 그 투수에게 갈 수 없다’라는 마운드 방문 규칙을 설명했고,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먼저 빠져나갔다.
심판진의 실수가 엮여있었다. 서 코치가 두 번째로 마운드에 오를 때 심판진은 아무 제지도 하지 않았다. 심판진이 규정을 제대로 숙지했다면 서 코치의 마운드 방문을 막았을 게 상식적이다. 타이밍을 놓쳤어도 룰대로 진행해 곧장 퇴장을 명했으면 될 일이다. 해당 경기 심판진은 경기를 마친 뒤 “우리의 실수다. 현장 심판들이 늦게나마 이를 인지해서 퇴장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시인했다.
지난 24일 고척스카이돔. 김 감독이 경기 중 심판진에 항의하러 나섰다. 이닝 교대 후 선두타자 류지혁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키움 투수 하영민이 마운드에 이미 오른 상황서 송신영 투수코치가 로진백을 마운드에 배달했다. 김 감독은 이 과정을 마운드 방문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야구규칙 5조 10항 ⑷ ‘감독이나 코치가 투수에게 갔다가 투수판을 중심으로 18피트(5.486m)의 둥근 장소를 떠나면 한 번 간 것이 된다’에 따른 정당한 항의였다.
주심과 3루심, 1루심까지 모여 논의했다. 김 감독의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울라인 근처까지 갔으나 투수에게 지시함이 없이 그대로 되돌아 왔을 경우에는 제외한다’라는 예외조항도 해당하지 않는 일이었다. 송신영 코치는 이미 마운드 근처서 로진백을 하영민의 뒤에 던졌다. 별다른 대화만 없었을 뿐 예외조항을 적용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경기를 마친 뒤 최수원 심판은 “공수교대 상황인 데다 작전지시 등 별다른 이야기 없이 로진만 전달하고 왔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마운드 방문 횟수로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가지 사례만으로도 지금 야구규칙은 고무줄처럼 보인다. 지켜야 할 법이 명확한데 적용되는 사안이 제각각이라면 무용지물이다. 룰은 사회의 근간이다.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있으나 마나다.
사진=스포츠월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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