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와의 거리두기 여행 합천·창녕서 ‘쉼’을 찾다

‘바람소리의 절집’ 해인사
천년고찰 풍경소리로 힐링
‘1억4000만 살’ 습지 우포늪 청정 자연서 고즈넉한 산책 쌓인 피로 부곡 온천서 풀어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풍경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8월 말이나 9월초에 가려고 합니다.”

광복절 이후로 여름 휴가 스케줄을 잡는 이유는 인파가 몰리는 것을 피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한적한 곳에서 즐기는 조용한 휴가를 원한다면 경남 내륙 지역을 리스트에 넣어 보자. 합천 해인사의 고요한 풍경을 만나고, 창녕 우포늪의 청정 자연 속을 걷는다. 마무리는 국내 최고의 온천 중 하나인 부곡 온천에서 재충전이다. 심신의 치유를 원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코스다.

◆ 합천 해인사

영주 부석사가 ‘빛의 절집’이라면, 합천 해인사는 ‘바람의 절집’이고 ‘소리의 절집’이다. 고려시대 만든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기 위해 고르고 고른 가야산 십승지 명당. 계곡 바람길 끝자락에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이 있다.

장경판전 건물에는 목조건축의 정수가 담겼다. 통기를 위한 창이 위 아래로 나 있는데 크기가 달라 자연스럽게 바람이 순환한다. 건물이 품고 있는 고려대장경도 국보(32호), 건물도 국보(52호)다. 건물 입구에서 대적광전을 바라보는 풍경도 놓치지 말자.

바람은 소리를 만든다. 해인사에는 바람이 많으니 전각마다 석탑마다 빠짐없이 조그만 풍경을 달아놨다. 청명하게 울리는 풍경소리는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영혼을 어루만져준다. 천년을 이어온 합천의 소리다.

불가에서는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을 사물(四物)이라 한다. 소리를 통해 온누리 모든 중생이 함께 부처님의 깨달음 이루기를 염원하는 뜻이 담겨있다.

풍경소리가 들리는 해인사석탑

해인사는 통도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다. 부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대장경을 모셨다 해서 법보(法寶)사찰이다. 해인사의 보물을 더 보고 싶다면 주차장 부근에 있는 성보박물관에도 가보자. 2020년 국보 333호로 지정된 건칠희랑대사좌상을 비롯해 11종의 보물급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삼베와 종이 등에 옻을 바르는 것을 반복해 만든 ‘건칠’기법을 사용한 10세기 중엽 작품이다. 실제 생존했던 스님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해인사는 진입로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풍성한 수량의 계곡이 곁에 있어 여름에도 상쾌하게 걸을 수 있다.

◆ 창녕 우포늪

우포늪의 나이는 대략 1억 4000만 살이다.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진 자연 늪지 우포늪은 담수면적 2.3㎢, 가로 2.5㎞, 세로 1.6㎞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1997년 7월 26일 생태계보전지역 가운데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이듬해 3월 2일에는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어 국제적인 습지로 거듭났다. 우포늪(1.3㎢), 목포늪(53만㎡), 사지포(36만㎡), 쪽지벌(14만㎡) 4개 늪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현재 면적보다 더 넓었지만 일제 강점기 무렵부터 제방이 축조돼고 농경지 개간이 이뤄져 면적이 줄었다.

우포늪은 동식물의 보고다. 1997년 342종의 동·식물이 조사·보고됐다. 식물은 가시연꽃·생이가래·부들·줄·골풀·창포·마름·자라풀 등 168종이 자란다. 8월 하순에 가면 가시연꽃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조류는 쇠물닭·논병아리·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205)·청둥오리·쇠오리·큰고니(천연기념물 201)·큰기러기 등 62종이 산다. 멸종위기종인 따오기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어류는 뱀장어·붕어·잉어·가물치·피라미 등 28종, 수서곤충은 연못하루살이·왕잠자리·장구애비·소금쟁이 등 55종, 패각류는 우렁이·물달팽이·말조개 등 5종, 포유류는 두더지·족제비· 너구리 등 12종, 파충류는 남생이·자라·줄장지뱀·유혈목이 등 7종, 양서류는 무당개구리·두꺼비·청개구리·참개구리·황소개구리 등 5종이 서식한다.

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이라면 인접한 ‘우포 잠자리나라’에도 가보자. 다양한 곤충 체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부곡온천단지

◆ 창녕 부곡온천

우리나라 최초 워터파크는 경남 창녕에 있었다. 80년대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각광받던 ‘부곡 하와이’는 거대한 숙박시설과 유수풀, 슬라이드 등 물놀이 시설을 갖추고 한 시대를 호령했다. 그러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고 수도권에 워터파크가 개장하며 내리막을 걷다 지난 2017년 결국 문을 닫았다.

부곡 하와이는 문을 닫았지만 지금도 부곡 온천 단지는 계속 영업 중이다. 현재 부곡온천 관광특구 내에는 23개 온천 업소가 남아있다. 부곡온천 관광특구 규모는 총 4.8㎢다. 부곡은 가마 부(釜)자에 골 곡(谷)자를 쓴다. 내년이면 부곡온천이 발견된 지 50주년이 된다. 부곡온천 최고 수온은 78도다. 원탕고운호텔이 부곡온천의 시초다. 서울 노량진에서 목욕업을 하던 사람이 이곳에서 온천 굴착을 시작해 지하 63m 지점에서 온천수를 발견했다. 부곡온천은 중앙공급식이 아닌 개별 온천공을 개발해 업체들이 사용하는 형태다. 온천수는 약알칼리성 유황온천으로 혈액 내 활성산소 제거, 피부질환, 신경통, 부인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천 지구는 일본 소도시의 온천 마을과 비슷한 조용한 분위기다. 편의점, 대형 식당들이 많아 머무는데 불편함이 없다. 오래된 대중탕은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최신 시설의 온수풀이 있는 크라운호텔, 가족탕 형태의 부곡스파디움 따오기호텔 등이 가볼 만 하다.

<스포츠월드>


[합천=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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