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 E01 - 김천상무, 백재호 팀장 이야기

 

 프로축구 K리그 경기가 열리기 위해선 팬, 선수, 감독, 심판 등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보이는 이들뿐 아니라 보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이들도 많다. 그들을 소개하는 글이다. K리그1 12개 구단별로 1명씩, 총 12명의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순서는 2021시즌 성적 역순, 승격팀 김천상무로 시작해 디펜딩챔피언 전북현대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은 매 라운드에 맞춰 연재한다.

 

 처음으로 만난 인물은 김천상무 마케팅팀의 백재호 팀장이다. 백 팀장과 김천의 인연은 상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졸업한 뒤 대한축구협회 인턴, 마케팅회사 근무를 거쳐 구단의 일원이 됐다. 김천이 상주시를 연고로 하던 2013년 인턴으로 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천 마케팅팀의 업무

 홈경기에서 마케팅팀은 빼놓을 수 없는 조직이다. 매 경기 콘셉트를 잡는 일부터 홈경기 개최의 시작이고 그 중심엔 마케팅팀이 있다. ‘마케팅’이란 단어는 익숙하지만 프로구단 내 마케팅팀은 정확히 어떤 업무를 맡고 수행하는지는 낯설다.

 

 백 팀장에 따르면 김천의 경우, 마케팅팀은 일정에 따라 시기적, 상황에 맞게 팀원들과 함께 홈경기를 기획한다. 기획안이 확정되면 각 이벤트에 부합하는 홍보 계획을 수립하고 홈경기 전체에 대한 세부적인 실행 계획을 수행한다. 온오프라인 홍보, 이벤트 및 홈경기 운영, 티켓 및 MD 등 수익사업으로 업무가 분장된다. 이후 실질적인 홈경기 운영을 위한 관계업체들과 업무를 조율한다. 안전하고 원활한 홈경기 및 이벤트가 운영되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경기 1∼2일 전에는 홈경기 관련 시설물을 설치한다. 배너, 광고판 등을 설치하고 이벤트 관련 시설물도 설치한다.

 

 백 팀장은 “각 구단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김천은 거의 모든 시설물 세팅을 직접 수행하거나 관여하고 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시설물 철거 및 경기장 정돈을 한다”며 “또 개최 때 발생한 문제점이나 관중의 컴플레인을 파악한다. 더 나은 홈경기를 위해 개선점을 찾는 데도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안전관리와 군 팀의 특수성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이다. 매 홈경기에 임하는 각오이기도 하다. 백 팀장은 “관중의 안전한 관람을 위해 경기장 내 시설 점검을 한다. 계절적인 시기에 따라 위협요소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요즘 같은 혹서기에는 말벌집이 발견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전 점검을 통해 대형 말벌집을 발견,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제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 팀장은 “당연히 승리하는 결과도 중요하다. 그러나 마케팅팀이라서 그런지 팬분들이 이벤트 설치물을 잘 즐기시면서도 아무 사고 없이 돌아가실 때, 그렇게 탈 없이 경기장 불이 꺼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늘 그렇게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군 팀이라는 특수성이 주는 실무자의 고충도 있다. 연고를 상주에서 김천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충성도가 높은 올드팬 확보가 어렵다. 또 매번 선수가 큰 폭으로 바뀌는 점도 마케팅팀으로선 힘든 부분이다. 실제로 작년 재창단된 팀이기에 공식 서포터스 구성도 최근의 일이다.

 

 백 팀장은 “지난 2일 홈경기부터는 관중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응원을 기획해 진행 중이다.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호흡을 맞춰 ‘김천상무’를 외친다. 그때 뭔가 모를 전율을 느꼈다. 잘 발전시켜 김천의 시그니처 응원가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군인 신분의 선수들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면 검토해야 할 사항도 많다. 백 팀장은 “카모플라쥬 유니폼이나 지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참전 호국 영웅들과 함께한 뜻깊은 이벤트도 가능한 것이 김천”이라며 “여기에 선수단이 워낙 뛰어나고 원소속 구단 팬들이 김천 팬으로 유입되는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백조와 톱니바퀴 

 드러나지 않는 포지션에서 일하는 만큼 억울한 마음도 있다. 백 팀장은 “종종 지인들로부터 ‘경기가 없을 때 구단 직원들은 노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곤 한다. 속상해하는 팀원들에게 백조 이야기를 한다”며 “호숫물 위에서 볼 땐 우아하지만 물밑에서는 발버둥을 친다. 모든 인원이 노력하고,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야 평온하게 경기가 끝나는 것과 유사하다. 마케팅팀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모두의 노고를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천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자체 분석 결과를 보면 작년 대비 김천의 누적 관중은 56.6%, 유료관중은 106%가 증가했다. 지난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방해물이 있었다고 해도 큰 폭으로 늘었다. 백 팀장은 “팬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만큼 구단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단에 대한 관심과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김천에 대한 사랑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감사하다”고 말을 마쳤다.

 

 사진=김천상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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