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중 낙상,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도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한산: 용의 출연’이 개봉하며 ‘극장 필수관람 영화’로 자리잡았다. ‘하늘엔 탑건 바다엔 한산’과 같은 재밌고 다양한 후기와 함께 흥행 질주에 나서고 있다. 영화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으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왜군을 크게 무찌른 한산도 대첩을 스크린에 재현해냈다.

역사를 통해 익숙하게 알고 있듯 극 중 이순신(박해일 분)은 한산도 앞바다에 학이 날개를 편 듯한 학익진을 펼친 뒤 견내량에 매복 중이던 왜군을 유인한다. 이에 대응해 왜군 본대를 이끄는 와키자카(변요한 분)는 선봉을 돌격시켜 적을 파고드는 어린진을 갖춘 뒤 학익진을 와해시키기 위해 정중앙으로 돌진한다.

이순신은 정확한 조준이 가능한 100보 안쪽 거리까지 와키자카 본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50보 거리까지 도달한 순간 급선회를 지시한다. 격군들은 급격하게 기우는 배와 바닷물에 젖은 갑판에 미끄러지면서도 힘차게 노를 젓는다. 선회한 배들은 마치 바다 위에 성을 쌓은 듯 대열을 이룬 뒤 일제히 화포를 발사했다. 근거리에서 집중된 화력에 왜군 함선이 모조리 격침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치열한 해전을 그린 액션영화 특성상 극 중에는 등장인물들이 미끄러지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사방으로 바닷물이 튀는 와중에 전투를 이어가는 장면은 무더위를 날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전투가 격렬해질수록 갑판 위에서 쓰러졌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주·조연들을 보고 있자니 의료진으로서 건강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요즘과 같은 여름철, 물놀이 중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져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서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접수된 물놀이장 안전사고 중 미끄러짐·넘어짐이 6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낙상은 근육통이나 타박상 정도에 그쳐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디스크(추간판) 손상으로 인한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를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허리디스크는 엉덩이와 허벅지 등으로 통증이 퍼질 뿐만 아니라 통증 강도가 점차 심해지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 침, 약침 등을 포함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척추와 주변 조직을 밀고 당기며 배열을 바르게 교정한다. 이어 허리 주변에 침을 놓아 놀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한다. 통증이 심할 경우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놓으면 빠른 통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여기에 한약을 처방해 뼈에 영양을 공급하고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동 시 보폭을 좁게 하고 발에 딱 맞는 신발이나 미끄럼 방지가 되는 아쿠아 슈즈를 착용하도록 한다. 또한 야외 이동 중 스마트폰을 보면 전방을 주시하지 못해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지므로 앞을 보고 걷도록 한다.

8월은 태풍을 비롯한 잦은 소나기로 미끄러운 바닥과 물놀이 중 안전사고 등이 원인이 돼 낙상사고가 잦은 시기다. 한순간 엉덩방아가 평생 고생하는 허릿병이 되지 않게 부상에 주의하는 것도 현명한 건강 관리라는 생각으로 안전하게 여름을 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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