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K-키다리 아저씨’ 김상훈 괌 대표팀 감독 이야기

 

 괌 축구대표팀 사령탑이자 기술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상훈 감독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괌 라이프’를 공개했다.

 

 김상훈 감독은 4일 괌 대표팀이 한국 전지 훈련을 하고 있는 파주NFC에서 스포츠월드를 만나 “이번 한국 훈련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 K-키다리 아저씨

 김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 올드팬들에게는 친숙한 인물이다. K리그1 울산현대, 포항스틸러스, 성남FC(당시 성남일화) 등에서 활약했던 수비수다. 17차례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2004년 축구화를 벗은 후에는 여느 축구 선수들처럼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다만 방향이 다른 이들과 달랐다. 지도자 연수 중 ‘영어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남들과 차별점을 갖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그렇게 괌 대표팀과 연이 닿았다. 괌 여자대표팀, 16세 이하(U-16 대표팀)을 이끌며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우연인 듯했던 괌과의 인연은 운명이 됐다. 울산 코치, 장쑤쑤닝(중국) 코치, 목포시청 감독을 오가는 사이에도 괌과 손을 맞잡았고 지금은 A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다.

 

 괌 축구대표팀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 다소 낯설다. 괌은 행정 구역 상으로는 미국이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로 인해 축구계에선 아시아로 취급받는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에 속해있다.

 

 인구가 17만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 지역인 까닭에 국가대표팀이 될 수 있는 조건도 특별하다. 본인, 부모 혹은 친조부모 중 한 명이 괌에서 태어났다면 국가대표의 일원이 될 수 있다. 혹은 괌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미국 국적을 가지고 괌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했다면 국가대표로 뛸 수 있다.

 

 일반적인 국가대표와 다른 조건인 만큼 선수 인프라, 훈련 환경 등이 다소 열악하다. 이에 한국이라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무대에서 국가대표까지 활약했던 김 감독은 K-키다리 아저씨로 활약 중이다. 그는 “처음 괌을 지도하게 됐을 때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그래서 내가 K리그와 한국 국가대표로 뛰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전수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며 “지금까지 총 세 차례 괌 대표팀과 함께 했는데 늘 탄탄한 유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이기도 하지만 기술위원장이기도 한 이유다. 괌 대표팀이 발전하기 위해 유스부터 A대표팀까지 하나의 뼈대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괌 대표팀이 한국으로, 그것도 파주NFC에 훈련할 수 있었던 것도 김 감독이 수장으로 있었던 덕분이다.

 

 김 감독은 “괌 축구협회는 예산이 넉넉치 않다. 없는 살림으로 버티는 실정이다. 내가 A대표팀을 맡게 된 이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제대로 된 실전 경기를 하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며 “다행히 한국에서 활동할 때 연을 맺었던 대한축구협회 박경훈 전무이사님과 전한진 사무총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한국팀들도 아무나 올 수 없는 파주에서 훈련하고 있다. 모두의 도움 덕분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괌 축구대표팀은 한국에 들어온 이후 숭실대, 고려대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4일 오후 5시에는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소화한다.

 

 5일 휴식일엔 FC서울의 초청을 받아 제주유나이티드와의 프로 경기도 직관할 예정이다. 또 오는 주말에는 김 감독의 은사이기도 한 김호곤 전 감독이 단장으로 있는 K리그1 수원FC 리저브팀과 연습경기까지 뛴 뒤 한국 전지훈련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김 감독은 185cm에서 나오는 큰 신장과 사람 좋은 미소까지 더해지면서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키다리 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이에 김 감독은 “그렇게 설명하시면 많이 부끄럽지만 괌에서 가끔 날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협회 사람들도, 코치진도, 선수들도 축구만 바라보며 함께 뛴다”며 웃었다.

 

 ◆ 축구가 정말 좋아서

 김 감독이 이렇게까지 괌 대표팀에 진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처음 영어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연이 닿았을 때는 이렇게까지 오래 올 줄은 몰랐다”며 “그런데 괌에서 확인한 가능성들, 또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얻고 배우는 것들이 있어 진심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 내내 “축구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미 P급 라이센스까지 따 감독으로의 조건은 다 갖췄다. 세미프로격이지만 목포시청을 이끌 때도, 이름 조차 생소한 괌 대표팀을 이끌면서도 나름을 성과까지 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위원장, 즉 행정가로서도 성장하기 위해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괌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최근 첫 선을 보인 FIFA 테크니컬디렉터 디플로마 코스를 밟고 있다. 해당 코스를 통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 전 감독이자 현 FIFA 육성디렉터인 아르센 벵거의 교육을 받고 있다.

 

 감독, 기술위원장 등 직책을 넘어 축구인으로서 괌 축구대표팀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김 감독이었다. 향후 목표를 묻자 그는 “난 감독으로서 뜻이 확고하다. 그런데 대표팀이든 클럽팀이든 철학이 있어야 한다. 뿌리를 쌓아야 최상위 팀이 성적을 내고 또 최상위 팀의 성과로 하위 팀들이 효과를 본다. 이런 큰 구조를 제대로 건설하고 이끌기 위해서는 행정가로서의 역량 역시 쌓아야 한다. 더 발전하기 위해 두 가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매번 새벽에 일어나서 해외축구도 챙겨본다. 더 좋은 지도자, 행정가가 되기 위해 쉬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김진엽 기자

<스포츠월드>


파주=김진엽 기자 wlsduq123@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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