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3년차, 두산 최원준이 여유를 풍긴다

“사실 조금 힘들었습니다.”

 

 프로야구 두산 투수 최원준(27)은 지난해 초 수훈선수 인터뷰서 대뜸 김태형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감독님이 편하다”라는 게 골자였다. 선수라면 종종 소속팀 감독에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당시 최원준의 표현은 의아하게 느껴졌다. 당장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이들도 어려워하는 인물이 김 감독이다. 최원준의 한 마디가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김재환이 놀란 표정으로 “원준이가 그래요?”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식 석상에 나서면 긴장했던 최원준에게서 이제 여유가 보인다. 2020년 프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고, 지난해 12승을 수확했다. 김 감독은 “최원준이 선발로 나가면 불안할 것이 없다. 갑자기 불펜이 바빠지는 날도 드물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원준이 김 감독의 이른바 ‘원픽’이라는 의미다. 김 감독의 평가도 당근과 채찍에서 당근 일변도다. 에이스 3년 차인 최원준 역시 무뚝뚝한 표정으로 소감을 전하거나, 팀 동료에 감사를 표하는 일 대신 활짝 웃는 일의 연속이다.

 

 지난 3일 잠실 삼성전은 최원준의 여유를 몸소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김 감독이 두 차례나 그라운드를 찾았다. 3회초 삼성 외국인 선수 호세 피렐라가 몸에맞는볼 판정으로 출루했을 때, 4회말 김재호가 같은 상황서 땅볼 아웃됐을 때다. 5회말을 마친 뒤 클리닝타임에는 ‘KBO리그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배영수 코치의 시상 행사까지 그라운드에서 펼쳐졌다. 최원준은 마운드와 불펜 앞에서 투구를 준비하며 세 차례나 대기해야만 했다.

 

 최원준은 “감독님이 아셨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을 끌어주신 것 같다”고 웃었다. 시간을 돌려보자. 최원준은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서 등판 예정이었다. 우천취소로 등판이 밀렸다. 3일 잠실 삼성전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마저도 비로 취소됐다. 등판 전 루틴이 모조리 꼬였고,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최원준은 “사실 몸이 조금 힘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루틴이 꼬이고, 등판 중 예상치 못한 대기 시간이 생긴 일도 웃어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마운드 위에서 버티는 힘까지 생겼다. 팽팽한 승부 속 포수 박세혁이 ‘버텨야 한다’라고 말했고, 최원준은 정말 버티는 데에만 신경을 쏟아 시즌 7승째를 얻었다. 최원준은 “저번에 롯데랑 할 때는 느낌이 좋았는데 등판이 밀리면서 힘들었다”면서도 “세혁이 형이 ‘오늘은 조금 버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최대한 버텼다”고 웃었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을 해냈고, 힘든 일에 성공하고도 큰 내색이 없다. 최원준이 에이스의 여유까지 장착했다.

 

사진=뉴시스

<스포츠월드>


잠실=전영민 기자 ym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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