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린저 쫓던 박성한, 3할 유격수가 되기까지

“지금도 제 것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2020년 8월. 내야수 박성한(24·SSG)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의욕이 충만했다. 특히 1군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 입대 전 2018시즌까지 44경기 출전에 그쳤다.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중·장거리형 타자로 방향성을 잡았다. 당시 강하게 꽂혀 있었던 이름 하나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코디 벨린저(LA다저스)다. 각종 영상을 찾아보며 타격 폼 등을 연구했다. 박성한은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박성한이 가진 스타일, 신체조건 등과 맞지 않았다. 193㎝ 장신인 벨린저는 시원한 어퍼스윙으로 큰 타구를 만들어내는 유형이다. 극단적인 몸통 회전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무턱대고 따라하다간 자칫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우려는 숫자로 드러났다. 전역 후 뛴 2020시즌 후반 한때 3할을 찍기도 했으나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다. 41경기에서 타율 0.242(99타수 24안타) 2홈런 등에 그쳤다. 장타율 0.323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박성한은 자기 기준이 확실한 타자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본인이 온 몸으로 느끼고 이해해야 비로소 움직인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배경이다. 이진영 코치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쳐보라고 해도 그때뿐이다. 안 보고 있으면 다시 길게 잡고 있더라”면서 “대신 한 번 받아들이면 빠르게 흡수한다.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후 스스로 타격 메카니즘 자체를 다시 만들어나갔다.

 

성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2021시즌 135경기에서 타율 0.302(407타수 123안타) 4홈런을 때려내며 주전 유격수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타율 0.270만 쳐줘도 성공이라는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내친김에 올해는 0.326으로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오지환(LG) 등 베테랑 유격수들도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다. 박성한은 “사실 아직도 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서 멘탈적인 부분이나 카운트별, 상황별 대처에 대해 조금씩 터득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SSG랜더스 제공/ 박성한이 KBO리그 정규경기서 타격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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