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조이는 바지, 골반 건강 위협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각진 구레나룻과 꽉 조이는 가죽바지, 능숙한 골반 흔들기까지. 미국의 가수 겸 배우였던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195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흑인들의 전유물이던 로큰롤을 전 세계로 퍼트린 ‘최초의 아이돌’이자 미국음악의 상징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엘비스’는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을 담아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 엘비스 프레슬리(오스틴 버틀러 분)는 반항기가 뒤섞인 강렬한 퍼포먼스와 남성미가 넘치는 파격적인 패션을 통해 기성세대와 다른 것을 갈망하던 10대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흑인의 영향이 짙었던 엘비스의 음악은 인종분리정책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 미국의 시대 상황과 부딪히며 갈등을 빚게 된다. 백인 관료들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골반 춤을 금지했고 무대 의상은 단정한 턱시도 착용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음악을 펼쳐 나갔고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 평가받을 만큼 성공하게 된다.

 

이같은 엘비스의 존재감은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록 음악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독특한 음악 세계는 물론 그를 대변하는 패션 아이템인 가죽 바지는 로큰롤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필자 또한 엘비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 중 하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그의 무대를 즐기면서도 의료진으로서 눈에 밟히는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꽉 조이는 바지에 위협받는 그의 골반이었다. 가죽 바지처럼 몸에 밀착되는 옷차림을 할 경우 일명 ‘붙는 바지 증후군(Tight Pants Syndrome)’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붙는 바지 증후군이란 꽉 조이는 바지를 입어서 발생하는 일종의 후유증을 말한다. 소화불량과 변비는 물론 다리가 퉁퉁 붓는 하지정맥류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골반 통증이 동반되거나 골반이 틀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로 발전되기도 한다. 특히 골반은 상체와 하체를 잇는 교각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골반이 틀어지면 척추와 고관절까지 영향을 미쳐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와 같은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방에서는 골반을 장시간 압박해 통증이 나타난 경우 추나요법, 침치료 등의 비수술 치료법으로 증상을 해소한다. 먼저 한의사가 직접 뼈와 근육을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골반을 바르게 교정한다. 이어 침을 놓아 골반 주변 근육에 쌓인 피로와 기혈의 정체를 해소해주면 빠른 통증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같은 한방치료는 건강한 골반 환경을 조성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오버 사이즈의 헐렁한 바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리를 길고 날씬하게 보이도록 하는 패션에서 활동성이 좋은 패션으로 유행이 변화하고 있는 것. 체형을 돋보이게 하는 옷맵시도 좋지만 통이 큰 바지에 도전해 본 적이 없다면 다가온 유행과 함께 멋과 건강 모두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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