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 유재학 감독이 구단 ‘만류’에도 지휘봉 내려놓은 이유

 

 “구단에 보답하는 길”

 

 프로농구 현대모비스가 사령탑을 교체했다. 유재학 감독은 현직에서 물러나 총감독직을 맡았고 조동현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지난 20일 예고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결정과 발표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1일 “유 감독님은 이제 총감독으로서 경기 운영, 선수단 운영 관련 코치 육성 역할을 맡아 새로 출범하는 조동현 신임 감독 및 코치진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남자농구계에서 ‘만수’로 통한다. 만 가지 수를 가진 지략가이자 전략가라고 붙은 수식어다. 2004년 현대모비스 감독 부임 이후 18년이란 긴 시간 동안 팀을 이끌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한 팀을 가장 오래 이끈 인물이었다. 정규리그 우승 6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6회 등의 팀 기록은 물론 프로농구 감독 최초 통산 700승이라는 개인 대업도 달성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만물의 진리 앞에 ‘만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 감독은 올해 한국 나이로 59세다. 내년이면 환갑이다. 100세 시대에 아직 청춘이라고 볼 수 있으나 유달리 스트레스가 많은 감독으로 있기엔 쉽지 않다. 이에 유 감독은 일선에서 물러나되 함께 꽃길을 걸었던 현대모비스에 보답하는 방법으로 총감독직을 제안했다.

 

 구단은 적극 만류했다. 유 감독의 능력은 여전했던 까닭이다. 젊은 선수들을 한 데 묶어 예상밖 2021∼2022시즌 4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인 터라 감독으로서 더 동행하길 바랐다. 하지만 끝내 유 감독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새로운 사령탑을 맞은 현대모비스는 조 감독 체제로 다가오는 2022∼2023시즌을 준비한다. 현역 시절 대우제우스, SK 빅스, KT 소닉붐 등에서 활약했던 조 감독은 은퇴 직후 2013년 현대모비스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유 감독과 2년 간의 코치생활을 거쳐 KT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후 다시 현대모비스 수석 코치로 돌아왔고 이번에 감독으로 활약한다. 조 감독은 최근 LG 지휘봉을 잡은 조상현 감독과 형제 사이다. 한국 농구는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한 리그에서 형제가 감독으로 뛴다.

 

 조 감독은 ‘스승’ 유 감독이 남자농구에서 쌓은 현대모비스 명성을 잇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현대모비스는 KBL 최다 우승구단, 명문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책임을 맡은 만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첫 번째 업무는 코치 선임 여부다. 수석코치 빈자리를 양동근 코치가 이어받았다. 자연스레 코치 자리가 비었다. 새 코치를 선임할지, 아니면 양동근 수석코치 1명 체제로 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조 감독님 체제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7월에 있을 서머리그 전에 코치진 선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 감독님 때도 그랬지만 코치 선임은 감독에게 맡긴다. 조 감독님도 마찬가지”라며 “9월경에는 전지훈련을 일본으로 나가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서머리그, 일본 전지훈련 모두 조 감독님과 유 총감독님이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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