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경기에 3홈런을 몰아친 비결을 묻자 “하다 보니까 됐다. (박)병호 형 뒤에 있어서 우산효과를 누렸다”고 했다. 특유의 툭 던지는 말로 표현했지만 겨우내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는지를 떠올리면 이제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KT 포수 장성우(32)는 “올해는 20개를 넘겨보겠습니다”라고 웃었다.
장성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번째 자유계약(FA)을 얻었다. 처음부터 KT 잔류만을 염두에 뒀다. 선수로서 한 번쯤은 자격을 행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장에 나섰다. 몇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홈베이스와 더그아웃, 라커룸에서 발휘한 혼신의 힘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장성우는 이를 악물었다. “항상 하던 대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당장 140경기 이상 출전부터 시작해서 이닝 소화까지 ‘최다’로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09년 프로 입문 후 유일한 꿈이었던 ‘우승포수’ 타이틀을 얻은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게 새로운 꿈이었다.
결과로 과정을 입증하고 있다. 시간을 돌려보자. 장성우는 지난해 14홈런을 쳤다. 강백호(16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였다. 타점(63개) 역시 세 번째였다. 올해는 벌써 9홈런이다. 지난 9일 고척 키움전부터 12일 수원 SSG전까지는 4경기에 홈런 3개를 몰아쳤다. 하나만 더 쳐내면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다. 타점 역시 23개로 팀 내 3위다. 장성우는 “최근 병호 형이 약간 부진하지만 상대 투수들이 병호 형을 상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게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내게는 다소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공을 던지는데 이런 환경에 힘입어 편하게 공략하고 있다”면서 “특별히 타격감이 좋은 건 아니다. 원래 나 자신이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잘 맞으니) 이제 자신감도 조금 생긴다”고 말했다.
누적한 자신감이 새로운 목표로 이어진다. 이강철 감독이 “너는 20홈런을 칠 타자”라고 말할 때마다 웃어넘겼다면 이제는 그 고지를 바라본다. 장성우는 “항상 코치님이나 감독님, 선배 형들이 말해도 난 한 번도 20홈런을 쳐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이러다 페이스가 떨어지면 14개로 끝날 수도 있다”면서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될 수도 있다. 하던 대로 끝까지 해보겠다”고 했다.
사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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