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유채꽃·푸른 바다 따라 장흥 문학기행 떠나볼까

문학의 고장… 등단 작가만 100여 명
이청준 소설 속 무대 걷고 감성 충전
선학동마을 물들인 유채꽃밭 인생샷
장흥삼합·갑오징어 회로 입맛 돋워
철쭉이 핀 제암산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갈 무렵의 장흥에는 초록빛이 더해지고 있었다. 제암산 분홍빛 철쭉 사이로 연둣빛 잎사귀가 차오르고, 선학동마을에서는 노란 유채꽃잎에 초록빛 풀잎들이 색을 더한다. 용산 송전리에는 약용으로 재배되는 작약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활짝 폈다. 22일, 늦봄의 막바지에 전남 장흥을 찾았다.

 

◆이청준 작가의 작품세계 담아낸 ‘감성 여행길’

장흥은 문학의 고장으로도 불린다. 이곳에서는 ‘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등단한 작가만 100명이 넘는다. 전국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청준, 한승원·한강 부녀, 송기숙 등 지역 출신 문학가들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천관문학관도 조성됐다.

장흥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을 들 수 있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눈길’, ‘선학동 나그네’ 등을 썼다.

이청준 작가 생가를 찾은 관광객들

이번에는 그가 나고 자란 마을들을 찾아다녔다.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려진 ‘이청준 소설문학길 2코스’를 따라 다니면 된다. 회령진성에서 출발해 선학동마을을 지나 작가의 생가와 묘소까지의 구간으로 구성돼있다. 바다가 보이는 농촌마을을 따라 걸으며 자연스럽게 작가의 문학적 자취를 느낀다. 왕년의 ‘문학 소년소녀’들은 향수를, MZ세대는 ‘교과서 속 작품’의 배경을 실제로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선학동 나그네’와 임권택 감독이 100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천년학’의 배경인 선학동마을이 인상깊다. 장흥군 회진면에 위치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마을이 유채밭과 학처럼 펼쳐진 산에 폭 안긴 듯하다. 5월 중순 찾은 이곳은 유채꽃으로 노란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메마른 사람도 ‘문학 감성’이 절로 피어나올 것 같은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이곳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학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관음봉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을 향해 차를 타고 가다보니 정말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이다.

선학동마을 전경

선학동마을은 공지산 아래에 자리해 본래 ‘산저(山底) 마을’로 불렸다. 영화 천년학으로 유명해지며 2011년 마을 이름을 아예 선학동으로 바꿨다. 마을 입구에선 두 마리 학이 어우러진 석상이 기다리고 있다.

전라도청 문화해설사인 이혜순 씨는 “선학동마을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이었다”며 “소설과 영화를 보고 감동한 이들이 마을로 찾아왔지만, 당시 선술집 세트장 말고는 볼거리가 많이 없다고 생각해 마을사람들이 2007년경부터 유채·메밀을 심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봄에는 노란 유채꽃밭이 가을에는 하얀 메밀밭이 펼쳐지는 이유”라며 “대신 기존의 보리와 콩 재배를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선학동마을의 유채꽃밭은 한국관광공사가 봄꽃 명소로 엄선한 곳이기도 하다. 야트막한 구릉 15만㎡에 유채가 심겨있는데,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꽃밭속으로 들어가도록 길이 나 있어 ‘인생샷’ 찍기도 좋다. 조금 걸어올라가면 노란 유채꽃 물결 너머로 파란 득량만 바다가 보인다. 유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원두막에 닿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너른 유채꽃밭과 마을,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꼭 올라가보길 권한다.

마을 인근에는 관광지에 빠질 수 없는 ‘감성카페’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더 기억에 남았다.

선학동마을 유채꽃밭을 둘러본 뒤 진목마을로 향한다. 이곳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이청준 작가가 유년기를 보낸 생가가 있다. 방명록에는 그를 그리워하는 여러 글이 방문객을 맞고 있다.

방 3개와 부엌, 툇마루를 갖춘 일(一)자 형태 기와집이다. 장독대 사이로 난 작약꽃, 햇빛을 받으러 마당으로 나온 고양이가 평화롭다. 이 집은 이청준이 광주일고에 다닐 때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간 곳인데, 소설 ‘눈길’의 배경이 됐다. 현재는 장흥군에서 사들여 관리하고 있다.

눈길은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날, 팔려버린 집에서 어머니와 마지막 하룻밤을 보낸 정황을 담아낸 작품이다. 소설 속 생가에서 연지삼거리까지 모자가 걸었던 4.5㎞(2시간) 눈 덮인 산길은 문학탐방길로 조성됐다.

◆장흥 별미로 삼시세끼 챙겨보세요

감성을 충전했다면, 지역 특산물로 미각을 깨울 시간이다. 장흥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는 ‘장흥삼합’, ‘키조개 요리’, ‘갑오징어회와 먹찜’을 꼽을 수 있다.

장흥삼합은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 관자와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 한우를 한데 구워 먹는 이곳 대표 보양식이다. 영양이 풍부한 개펄에서 자란 관자의 부드러움, 해풍과 탐진강의 아침 안개를 먹고 자란 표고버섯의 쫄깃함, 지방자치단체 중 생산량 2위를 차지한 한우의 감칠맛이 조화를 이뤄 입 속에서 말 그대로 ‘파티’가 열린다. 이는 정남진 토요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장흥은 전국 키조개 생산량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량부터 압도적이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회 무침으로도 먹는다. 불판에 살짝 구워먹는 키조개구이도 일품이다. 달콤한 소스와 어우러진 ‘키조개 탕수’도 별미다. 몸통에 큰 뼈를 가지고 있는 탱글탱글한 갑오징어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약으로도 쓰이는 갑오징어의 먹물과 함께 먹으면 고소함이 두 배, 영양도 두 배가 된다. 신선한 회로 먹는 것도 맛있고, 진한 먹물과 쪄낸 먹찜도 추천한다.

관광객들이 우드랜드에 조성된 말레길을 걷고 있다.

◆편백숲에서 숙박하며 ‘힐링’

특별한 숙박을 고려한다면 억불산 기슭에 위치한 우드랜드를 추천한다. 이곳에는 100㏊ 규모에 40~50년생 편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만큼 산책하며 피톤치드를 가득 들이마셔보자.

장흥군이 운영 중인 우드랜드는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삼나무 한옥 등 건강 체험이 가능한 숙박시설이 갖춰졌다. 편백소금찜질방도 운영해 이곳을 트래킹하거나 억불산 정상까지 다녀온 뒤 개운한 마무리가 가능하다.

특히 이곳에는 억불산 정상까지 등산로 3736m 길이의 ‘말레길’이 조성돼 있다. 이혜순 해설사는 “장흥지역 방언인 ‘말레’는 ‘대청’을 뜻하는 것으로 가족간의 이해와 소통의 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나무데크로 조성된 말레길 코스를 이용하면 노약자와 장애인들도 편안하게 산림욕을 즐기며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스포츠월드>


[장흥=글·사진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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