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완화에 좋은 한방 치료법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선정된 ‘중경삼림’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왕가위 감독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대표작이자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중경삼림은 두 경찰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영화다. 첫 번째 옴니버스에서는 경찰 223(금성무 분)과 금발 머리 마약 밀매업자(임청하 분)의 미묘한 만남을 그린다. 둘의 에피소드가 막을 내린 후에는 경찰 663(양조위 분)과 패스트푸드 가게 종업원 페이(왕페이 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두 번째 옴니버스에서 경찰 663은 야간근무 중 매일같이 페이의 가게에 가서 블랙커피를 마신다. 사귀던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은 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인공의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불면증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수도꼭지를 잠그고 외출했는지 깜박할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수면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불면증이란 적절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져도 잠들기 힘들거나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낮에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 등을 말한다. 수면량이 부족해지면 피로와 졸음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불면증이 지속될 경우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 위험도 커진다.

특히 경찰 663처럼 순환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수면량뿐만 아니라 수면시간대도 불규칙하기 때문에 생체리듬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이 경우 호르몬 분비 변화와 함께 체내 순환·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심리적인 악영향도 잇따른다.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의 원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잡념과 걱정으로 인한 사려과다(思慮過多), 정신적 충격과 예민함으로 잠에서 자주 깨는 심담허겁(心膽虛怯), 장기간 이어진 스트레스로 인한 간기울결(肝氣鬱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원인에 의해 불면증이 나타났을 경우 증상 완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하지만 경찰 663처럼 야간근무 등의 요인으로 이를 실천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인 한방치료로는 한약, 침치료 등이 있다. 먼저 환자의 체질과 원인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 불면증의 원인을 해소하고 수면의 질을 높인다. 대표적인 한약 중 하나에 해당하는 가미사물안신탕은 기혈을 보충하고 가슴 두근거리는 증상을 완화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돕는다. 이어 사신총혈, 신문혈 등 혈자리에 침을 놓아 전신의 긴장을 풀고 신경 전달물질과 호르몬이 조절되게끔 한다.

특히 침 치료는 부작용이 적고 약물치료와 달리 의존성이 낮아 불면증 치료에 널리 활용되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에서 ‘Healthcare(IF=2.645)’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의과에서 불면증 치료에 가장 많이 활용된 치료법은 침 치료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잠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충천하고 건강하게 하는 요소다. 수면의 질이 높아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잊지 말고 건강한 잠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