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바라본 ‘조현병’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관람객의 손을 바삐 움직이게 하는 영화가 개봉했다. 바로 지난 6일 개봉한 로맨스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다. 천재 화가 루이스 웨인(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입소문 열풍과 함께 캐리커쳐, 스케치, 파스텔화 등 관람객의 정성 어린 팬아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조현병으로 괴로워하는 루이스 웨인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풀어낸다. 루이스 웨인은 가정교사 에밀리(클레어 포이)를 마주친 순간 첫눈에 반해 결혼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결혼 6개월 만에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에밀리가 3년의 투병 생활 끝에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루이스 웨인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고양이 그림에 몰두하지만 자신의 고양이 피터까지 죽음을 맞이하자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망상과 환청 증상이 악화돼 조현병을 앓았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20년간 루이스 웨인을 괴롭혔던 조현병은 대체 어떤 질환일까. 일반적으로 조현병은 사고 작용에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정신병을 의미한다.

조현병과 유사한 한의학적 병명은 ‘전광증(癲狂症)’이며 정신적 장애 증상을 음과 양으로 구분해서 본다. 전(癲)은 정상적인 기능이 소실되는 음성 증상을 뜻한다. 사회활동에 무관심해지거나 말이 줄고 감정에 둔해지는 증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광(狂)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나타나지 않는 양성 증상을 의미한다. 환청, 망상과 같이 정신 왜곡을 반영한다.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발병 가능한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이 환경적이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주인공 루이스 웨인도 여동생이 조현병을 앓는 등 유전적인 요인이 존재했으며 아내의 죽음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증상이 시작됐다.

한의에서는 조현병 치료를 위해 침치료, 한약 처방, 추나요법 등을 활용한다. 먼저 침치료와 한약 처방을 통해 신경 전달물질과 호르몬을 조절하고 뇌 기능을 개선한다. 이어 한의사가 직접 손과 신체 일부를 이용해 뼈와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신경과 혈관의 압박을 풀고 신경계를 안정시킨다. 조현병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인 만큼 다각적인 치료가 중요하며 한·양방 협진 치료를 통한 꾸준한 관리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의 영화가 호평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 우울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기 때문은 아닐까.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은 약 18%에 달했으며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약 12%나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전에는 외부와 단절된 일상이 우울감으로 이어진 반면 최근에는 코로나 후유증의 일환으로 코로나 우울을 겪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정신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진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지인, 사회 전반의 관심이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함께 다가오는 일상 회복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고 정신 건강을 지켜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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