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응원가와 육성응원이 어우러지자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타구가 높게 솟구치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5초 뒤 야구장 전체가 흔들렸다. 프로야구 KT에 박병호(36)가 떴다.
박병호는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NC와 홈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4타수 1안타(1홈런)를 기록했고, 2타점과 1득점도 개인 기록에 보탰다. KT는 박병호의 역전 투런포 덕에 NC를 4-3으로 꺾고 시즌 8승(10패)째를 신고했다. 지난 19일 잠실 LG전 승리 이후 5연승이다.
극적인 홈런포였다. 8회말 박병호의 마지막 타석에 연출됐다. 앞선 세 타석서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났다. 앞서 대타 김병희가 솔로포로 동점을 만든 상황. 2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상대 불펜 계투조 원종현과 상대했다.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투심패스트볼을 쳤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 너머에 떨어졌다. 비거리는 130m. 외야 담장 가장 멀리 위치한 안전 펜스를 직접 때릴 정도의 큰 타구였다.
박병호가 만든 5초 정적이 반갑다. KT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돌려보자. KT는 2020시즌을 마친 뒤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스)가 일본프로야구(NPB)로 향하면서 직격타를 맞았다. 홈런 개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해 팀 홈런 106개로 전체 7위였다. 선발 라인업에서 승부처, 특히 홈런을 기대할 만한 타자는 강백호가 유일했다. 실제로 강백호가 16개로 가장 많았다.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인원도 장성우와 배정대, 제러드 호잉과 황재균 등 총 5명이 전부였다.
KT가 비시즌 FA 자격을 얻은 박병호에게 곧장 손을 뻗은 이유다. KT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라면 분명 다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강 타격코치 역시 박병호의 합류 소식에 물개 박수를 치기도 했다. 홈런왕 출신이라는 별칭보다 “지금도 리그에서 가장 장타를 잘 치는 타자”라고 확신했다. 스프링캠프를 거쳐 연습경기, 그리고 정규시즌까지 돌입했다.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박병호가 수원에 5초를 만들었다.
경기를 마친 뒤 박병호는 “타석에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보통 타구가 날아가는 걸 보지 않고 뛰는데 오늘은 스윙이 끝까지 잘 됐고 타구의 포물선을 보게 되더라”며 “환호성이 나오면서 전율을 느낄 정도로 짜릿했다. 팬들의 육성응원에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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