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손저림… 손목터널증후군 의심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해리포터 시리즈의 신작을 기다리는 이른바 ‘해덕(해리포터 덕후)’들의 심장을 뛰게 할 영화가 개봉했다. 바로 4년 만에 돌아온 해리포터 외전 시리즈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다. 영화는 훗날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교장이 되는 덤블도어(주드 로 분)와 어둠의 마법사로서 머글(마법이 없는 일반인)들을 멸종 시키려는 그린델왈드(마스 미켈센 분)라는 두 인물 간의 갈등을 스크린에 풀어낸다.

 

청년 시절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았고 그 증표로서 피의 서약을 맺는다. 이로 인해 서로 싸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배신하려는 마음만 품어도 손목에 감겨 있는 마법 감시 팔찌가 꽉 조여들어 착용자를 옥죈다. 극중 덤블도어는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한 마법으로 인해 팔을 움켜잡고 신음을 참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 같은 피의 서약은 영화 속 마법사들에게만 적용되는 저주다. 하지만 의료진으로서 현장에서 덤블도어처럼 손목의 저주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자주 마주하곤 한다. 바로 손목에 생기는 대표적인 근골격계 질환 중 하나인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손목 내부의 작은 통로인 손목터널(수근관)을 감싸는 근육과 인대가 두꺼워져 손목터널을 지나는 신경이 눌려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주로 반복적인 손목 사용으로 인해 손목 인대에 지속적인 부담이 누적되는 경우 손목터널이 점차 비대해지거나 내부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증상 초기에는 손목 통증과 함께 정중신경이 주관하는 부위인 엄지와 검지, 중지, 손바닥 주변으로 저림과 같은 감각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수면 중에도 손이 타는 듯한 통증으로 잠에서 깨기도 하며 영구적인 신경 손상 및 마비가 올 수도 있다.

 

또한 손목터널증후군은 출산이나 폐경과 같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여성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수(12만4536명)는 남성(4만4848명)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치열한 마법 전투로 저주를 풀어낸 반면, 한방에서는 추나요법, 침치료, 약침치료 등 한방통합치료로 손목터널증후군을 치료한다. 먼저 한의사가 직접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해 어긋난 손목 관절과 근육을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손목과 손목터널 부위의 압력을 낮춘다. 이어 합곡혈, 열결혈 등 손목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경직된 근육과 인대 등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특히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손목의 염증을 제거하고 빠르게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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