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등장한 경희의료원… 홍보실 열정으로 세웠다

경희의료원이 최근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관계자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만났다는 것. 협약식은 게더타운 ‘경희의료원 가상 컨벤션센터’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메타버스가 성행하고는 있지만, 아직 보수적인 의료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최초다.

 

경희의료원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3종을 동시에 오픈하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 구축 목표는 ‘쌍방향 소통’. 틀에 박힌 홍보채널의 한계를 벗어나 환자뿐 아니라 대중과 직접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 채널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의료원은 현재 △게더타운 ‘경희의료원 가상 컨벤션센터(KHMC Convention Center)’ △네이버Z의 제페토 ‘경희 놀이터’ △가상현실 전시공간 아트스텝스 ‘경희의료원 VR역사전시관’ 등 3가지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왼쪽부터) 경희의료원 고영우 사원, 박형경 홍보팀장, 최석근 홍보실장, 마이현 사원, 김우재 파트장이 플랫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전문가가 아닌 원내 홍보실에서 모두 수행해 주목받았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듯 꼼꼼하고 편리한 공간은 홍보실 직원들의 첫 작품이다. 의료원에 따르면 홍보실은 최근 재단법인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부설 글로벌메타버스개발원의 전문 과정을 이수하고, 재단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직접 플랫폼 기획·제작에 나섰다. 박형경 경희의료원 홍보팀장이 제페토 내 ‘경희놀이터’를, 고영우 사원이 ‘경희의료원 가상 컨벤션센터’를, 마이현 사원이 ‘VR역사전시관’ 구축의 구심점이 됐다.

 

1일, 경희의료원 홍보실 팀원들을 만나 이번 개발 과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딱딱한 홍보대신 ‘쌍방소통’… 용도별 메타버스 세분화

 

최석근 경희의료원 홍보실장(신경외과 교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프라이빗한 환경 제공과 종합적 정보 공유 등의 가치로 메타버스의 의료 적용 방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며 “각 플랫폼의 특성에 맞춰 세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3가지 채널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박형경 경희의료원 홍보팀장은 “홍보실장님, 팀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병원 홍보 시 친숙하고 편하게 환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희의료원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속 채널들

◆원내 행사부터 건강정보 아카이빙까지… ‘가상컨벤션센터’ 역할 톡톡

 

우선, 이번 협약식이 열린 게더타운 플랫폼 ‘경희의료원 가상컨벤션센터’에서는 정보 습득부터 원내 행사까지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병원과 같은 구조로 재미를 더했다. 이를 구축한 고영우 사원은 “센터는 가상 컨벤션홀, 시청각실, 루프탑(가상야외), 방송실, 교육실 등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경희의료원이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게더타운 내에서 협약식을 가지고 있다.

그에 따르면 시청각실에는 원내 자료가 한데 아카이빙돼 있다. 국제회의실 및 인산세미나실에서는 교육·협약식·간담회 등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가상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방송실과 교육실도 구비해 활용도가 높다. 옥상 루프탑은 행사 이후 질의응답 및 교류를 위한 친목도모의 공간이다. 곧 바자회도 이 공간에서 진행되도록 준비 중이다.

 

고영우 사원은 가상 컨벤션센터 기획 시 ‘가상공간이지만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희의료원의 특징적인 부분을 잡고 주변 환경을 구현했다”며 “특히 병원 밖 전경을 신경쓰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후마니타스암병원이 비슷하게 완성됐다고 생각하고 보람을 느낀다”며 “원내로 들어오면, 병원의 1층 입구 쪽을 연상할 수 있도록 접수창구를 마련하는 등 동선도 현실과 비슷하게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메타버스 결과물의 퀄리티가 예상과 달리 나올까봐 우려했다. 고영우 사원은 “전문가가 아닌 데다가 큰 비용을 투여해 제작한 다른 산업계 메타버스 플랫폼과 비교될까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완성 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서 기뻤다”고 밝혔다. 이어 “홍보실 직원이 직접 플랫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의료원의 자세한 외부 모습이나 중요한 홍보 포인트를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었다는 게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영우·마이현 사원, 박형경 홍보팀장이 회의 중인 모습

◆의료원 50년 역사 한자리에… 전세계인 감상 가능

 

게더타운에 들어서 우측으로 가면 경희의료원이 걸어온 발자취를 볼 수 있는 가상현실 전시공간 ‘아트스텝스 VR역사전시관’으로 연결된다. 전시관을 구현한 마이현 사원은 전시를 연도별로 4개 구역으로 구분했다. 구역은 △1951~1980년 이야기를 담은 1관 △1981~2014년의 발자취를 담은 2관 △2015~2019년 시간을 정리한 3관 △2020~2022년 최근의 행보를 보여주는 4관으로 분류돼 있다.

 

마 사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1954년 고 조영식 학원장의 개원식사, 경희의료원 기공식 및 개원식, 국내 최초 CT도입, 세계 최초 뼈성장판 이식술 및 무항체 혈우병 환자 종양제거 수술 성공,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개원, 후마니타스암병원 개원, 국내 첫 치과종합검진센터 개소 등에 이르기까지 의료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이현 사원은 “전시에는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해 함께 둘러볼 수 있으며, 사진마다 세부적인 설명을 첨가해 이해도를 높이도록 구성했다”며 “전시실에서는 채팅으로 참여자끼리 소통도 가능해 유대감을 다질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마 사원 역시 메타버스 전문가가 아닌 홍보인이다. 이렇다보니 VR 전시관 플랫폼을 처음 접하고 작업할 때 기능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기능을 익혀가며 멋진 전시실을 꾸려나갔다.

 

마이현 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공간을 구축하는 데 의미가 컸다”며 “특히 아트스텝스는 작가들이 구축한 전시관을 전 세계인들이 둘러볼 수 있다. 의료원의 가상 역사공간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영문으로도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 사원은 VR역사전시관이 신입직원들에게 의료기관의 역사를 설명하는 교육용 채널로 톡톡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진관, 영상전시관 등으로도 활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유용한 채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초등생 아들 아이디어 메타버스에 구현한 ‘워킹맘 엄마’

 

의료원은 말랑말랑하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놀이터도 선보였다. 최근 대세로 급부상한 네이버Z의 제페토 내에 ‘경희놀이터’를 세운 것. 

 

제페토 내 공간은 박형경 팀장이 맡았다. 특히 청원초 1학년인 아들 성시완 군(7)이 ‘엄마와 함께 병원에서 하고 싶은 요소’들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내 월드맵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박 팀장은 시완 군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함께 맵에 표현하고 구체화했다. 모자(母子)간 콤비플레이가 멋진 공간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곳에서는 병원 앞 벚꽃길을 산책할 수 있고, 관람차와 회전목마도 탈 수 있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넛으로 만든 정원이 기다리고 있다. 고층타워를 오르거나, 다이빙풀장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원내에 가상으로 구현된 워터파크에는 돌고래도 산다.

 

경희의료원이 제페토에 세운 경희놀이터

현재 ‘경희놀이터’는 론칭 후 네이버Z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고 월드로 오픈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3000명 이상이 접속했고 제페토 추천월드로도 소개됐다. 조만간 경희놀이터 내에 환자들 건강상담교실로 구비해 운영할 예정이다.

 

박형경 팀장에 따르면 실제 각각의 메타버스 공간 구축기간은 각각 약 1달 정도 걸렸다. 구축 기간의 상당수는 대부분 공간기획 및 구성에 소요됐다. 박 팀장은 “홍보실 직원들이 메타버스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고마운 분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최효심 글로벌메타버스개발원 교수는 늦은 시간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 제페토 월드맵 제작 시 경희의료원 건물구현을 포기하려던 찰나 김라미 글로벌메타버스개발원 부원장이 조언해준 덕분에 마칠 수 있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준 분들”이라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홍보실 팀원들

박형경 팀장은 기획방향과 목적성만 갖고 있다면 메타버스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올바른 적용목적을 찾고, 이에 상응하는 기획력과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를 채워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오는 10일 보건산업진흥원 세미나에서 이번 프로젝트 경험을 나눌 예정이다.

 

최석근 홍보실장도 현재 산업계의 흐름을 볼 때 의료계에서도 메타버스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이미 의료교육 등에는 적용됐지만 이를 넘어 원내 설명회, 신입직원 환영식 및 정년퇴임식, 신임·보직자 직무교육, 직무간 커뮤니케이션교육, 업무협약식, 기념식 등의 교육 및 행사영역으로의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향후 좋은 선례로 남도록 꾸준히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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