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일정 조정 대신 리그를 강행했던 한국농구연맹(KBL)의 선택이 최악의 수가 됐다. 남자농구대표팀은 국제대회 참가를 포기했고 리그는 파행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후폭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더 문제다.
대한농구협회는 오는 24일부터 닷새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버블 형태로 열리는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4경기에 대표팀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표팀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함에 따라 긴급회장단회의를 열고 지난 22일 결단을 내렸다.
대형사고다. KBL의 융통성 없는 대처가 리그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을 감염 위험에 노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모비스는 선수단 전원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진행했다. SK전 개시 2시간 전 선수 2명과 스태프 1명 포함 6명의 재검사 필요 통보를 받았다. 구단은 KBL에 즉시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KBL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확진자와 양성자만 경기 제외 대상이라는 게 이유였다. 모비스는 D리그 선수 2명을 급하게 불러 인원을 꾸렸다. 그리고 재검 대상자 6명 중 5명이 이튿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DB 역시 같은 날 확진자 증가로 KCC전 연기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 확진 소식이 전해지자 KBL은 그제야 3경기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은 초유의 사태로도 번졌다. 대표팀은 지난 18일부터 고양체육관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소집 직후 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출국 전 마지막 검사에서도 한 명이 추가 확진됐고 결국 월드컵 출전을 내려놓았다. 정규시즌 내내 확진자를 최소화했지만 모비스-SK전 이후 리그 내 확진자가 급증했다. 선수 83명, 스태프 25명 등 프로농구 누적 확진자 수는 이제 세 자릿수를 넘어섰다. 한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완화됐어도 엄중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최소한 리그 중단은 아니더라도 무관중과 같은 선제 조치를 KBL이 왜 고려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발단과 전개, 위기까지 거치는 동안 KBL은 재발 방지 약속도 하지 않았다. 구단에서 발생하는 확진자 인원을 체크해 알림을 보낼 뿐이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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