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주 무대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 출연 배우들은 오디션을 통해 모인 실력파 신예다. 어리지만 연기 경력은 출중하다. 전작을 살펴보면 같은 배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 잘 자란 배우들의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이다.
먼저 실험용 쥐에 물려 학교에 좀비 바이러스를 몰고 온 정이서다. 지난해 tvN ‘마인’에서 차학연(수혁 역)과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메이드 김유연을 연기했다면, 지난달 30일 종영한 JTBC ‘설강화’에서는 학구열 높은 기숙사 사생회장 신경자로 분해 적재적소에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지우학’에서는 최초의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 현주 역을 맡아 극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겹치는 캐릭터 하나 없는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배우 이은샘의 변신도 눈에 띈다. 이은샘은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궁녀 영희로 분했다. 침착하고 현명한 인물로 친구들에게 진중한 조언을 건네곤 했다.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려 죽음을 불사한 엔딩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우학’이 공개되며 반전을 몰고 왔다. ‘지우학’에서 이은샘이 연기한 박미진은 비속어를 서슴없이 내뱉는 19살의 불량 학생. 그랬던 그는 생존의 의지 속에서도 친구를 지키고자 의리를 불태우는 멋진 캐릭터로 거듭난다.
양한열은 이은샘과 운명을 함께하는 유준성을 연기했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다. 양한열은 바로 MBC ‘최고의 사랑’(2011)에서 구애정(공효진)과 독고진(차승원) 사이를 오가며 큐피드 역할을 했던 ‘띵똥’ 구형규 역의 그 아이다. 통통한 외모에 바가지 머리, 특유의 제스처로 귀여움을 독차지 했던 그가 10년을 훌쩍 지나 좀비 퇴치에 나섰다. 겁쟁이 같아 보이지만 결국엔 자신을 희생하며 친구들을 지키는 의리의 사나이가 됐다.
‘지우학’의 빌런 윤귀남 역의 유인수도 학원물의 단골 출연진이다. JTBC ‘열여덟의 순간’(2019)에는 첫사랑 앞에서 한없이 순수한 유필상을 연기했던 그는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2021)에서 얄미운 ‘강약약강’의 아이콘으로 분했다. 학창시절 한 명쯤은 있었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가 ‘지우학’에서는 절정의 연기력으로 공포심을 불어넣는다.
‘지우학’의 메인 스토리를 이끄는 소꿉친구 온조와 찬영은 일찌감치 주목받은 신예다. 남온조 역의 박지후는 국내외 영화제를 휩쓴 영화 ‘벌새’(2019)에서 14살 소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호평받았다. 그해 각종 해외 영화제뿐 아니라 이듬해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청산 역 윤찬영의 출연작은 셀 수 없다. MBC ‘마마’(2014)에서 송윤아(한승희 역)의 아들 한그루로 눈물샘을 자극했던 그는 이후 유명 드라마 주인공의 아역을 도맡아 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지우학’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최남라 역의 조이현도 다양한 얼굴을 연기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똑부러지는 인턴 장홍도, 얼마전 종영한 KBS2 ‘학교 2021’의 열정적인 진지원 역을 통해서다. SBS ‘라켓소년단’(2021)의 청량함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손상연의 얼굴도 익숙하다. 극 중 배드민턴팀을 이끄는 전국구 스타 방윤담을 연기했던 그는 ‘지우학’에서 전작만큼 진한 우정과 감동을 보여준다.
수혁 역의 로몬은 드라마 ‘파수꾼’(2017)의 사이코패스 고등학생을 시작으로 웹드라마 ‘복수노트’, ‘외모지상주의’ 등의 작품을 거쳐 ‘지우학’을 만났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 지영으로 분했던 이유미는 ‘지우학’에서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나연으로 분해 긴장을 만들었다. .
잘 자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의 생존기로 지난달 28일 공개 이후 순위권에 직행했다. OTT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7일(한국 시간) 837포인트를 얻어 9일 연속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 ‘지옥’ 이어 1위에 오른 세 번째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다. 11일 동안 1위를 기록한 ‘지옥’의 기록을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넷플릭스, 뉴시스, 각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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