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이세영 “50년은 더 연기하고 싶어요” [스타★톡톡]

‘옷소매 붉은 끝동’ 이세영이 의빈 정씨의 일대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사극 불패’ 수식어를 지켰다.

 

 지난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그렸다. 극 준 이세영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으로 분해 시청자를 만났다. 

 

 ‘옷소매’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동시에 마의 15%를 훌쩍 뛰어넘는 쾌거를 이뤘다. 1일 방송된 마지막회 최고 시청률은 17.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첫 방송(5.7%) 대비 약 3배 이상의 상승 그래프를 그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4일 ‘옷소매’ 종영 기념 화상 인터뷰를 연 이세영은 “17.4%의 시청률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종영해 기쁘고 행복하다”며 “(종영에)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함께 아쉬워 해주신 시청자분들이 있으셔서 기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옷소매’는 평범한 사극과는 달랐다. 흔히 사극에서 조연으로 그려졌던 ‘궁녀의 삶’을 조명했다. 임금의 승은을 입고자 하는 후궁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뛰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한 사람이었다. 이세영은 우리가 차마 알지 못했던 궁 안 여인들의 애환을 녹여내며 공감을 얻었다.

 

 이세영이 ‘옷소매’에 느낀 매력도 이 지점과 맞닿아있었다. 그는 “그동안의 작품들은 이루고자 하는 바가 뚜렷한 캐릭터였다. 반면 덕임이는 승은을 입고 달라져 가는 여인의 삶, 궁녀가 후궁이 되어가는 일대기를 그렸다”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부분이라 매력을 느꼈다”고 짚었다. 보잘것없이 보인 작은 여인들의 이야기이기에 더 짠하고 쓸쓸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어린 생각시 덕임부터 후궁 의빈 정씨에 이르기까지 7개월간의 촬영 기간 동안 한 인물의 16년을 연기했다. 이세영은 “생각시일 때는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 했다. 자유롭진 않지만, 그 안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았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는 덕임이 최선을 다하고 긍지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덕임의 목표는 하나, 왕이 보위에 오르는 날까지 목숨 바쳐 지키는 것이었다. 마침내 정조(이준호)가 보위에 오르고 ‘더 내어줄 것이 없다’라고 생각한 그에게 ‘후궁 첩지’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이세영은 “점점 선택의 폭이 사라지는 공허함, 쓸쓸함, 그리고 그리움을 연기하고자 했다”고 답했다. 

 

 덕임이 후궁이 된 이후의 전개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세자를 낳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홍역으로 아들을 잃었고, 친구도 잃게 됐다. 이세영은 “월혜(지은)가 죽었을 때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감정을 조금씩 느끼려고 했다. 예전 같으면 죽음 앞에서도 대범하게 나섰을 것 같은데, 그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느껴야 했다”고 했다. 

 

 이세영은 아직 덕임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평상시엔 눈물이 없는 편인데, 인물에 몰입을 많이 한 작품이라, 시간이 흘러도 (떠올리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너무 짠하고 절절하다”고 되짚었다. 

 

 ‘옷소매’는 기존 16회에서 1회 연장한 17회로 종영했다. 역사로 기록된 정조 이산(이준호)와 의빈 성씨(이세영)의 결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을 두고 시청자의 궁금증은 높아졌다. 17회에서 덕임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산은 14년의 세월을 보냈고, 고단했던 삶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 속에서 덕임과 재회했다. 지난 날을 후회한 산은 왕이 아닌 지아비로서 덕임의 곁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왕과 후궁이 아닌 필부필부(평범한 남편과 아내)의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17회 이산과 덕임의 애틋한 재회신이 방송된 후 시청자의 추측이 쏟아졌다. 산이 눈을 감은 순간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었기 때문. 그렇다면 이산과 성덕임을 연기한 두 주연의 배우의 생각은 어땠을까. 이세영 이 장면을 산의 죽음으로 해석했다. 그는 “산이 잠에 들고 덕임을 만난다. 꿈을 꾸는 동안은 생과 사의 기로에 있다고 생각했고, 덕임과 함께한다면 죽음을, 깨어난다면 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문을 열고 나가지 않음으로서 정조는 승하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살아서는 하지 못한 것들을 평범한 사내와 여인으로 이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세영이 꼽은 ‘옷소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영상미다. 그는 “색감이 예뻤다. 푸른 배경과 알록달록한 비단으로 지어진 한복, 머리 장식도 화려했다”고 했다. 이어 “사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치적인 부분, 여인들의 암투, 그리고 그 안에 녹아있는 로맨스도 있었다. 신분 차이가 있는 로맨스도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며 “배우들끼리 연기합도 좋았다. 그 중심에는 재밌는 대본과 감독님의 연출 덕도 있었다”고 이유를 찾았다. 

 

 2021년은 ‘옷소매’로 큰 사랑을 받으며 마무리했다. 이세영은 “시청자의 사랑과 관심 덕에 따듯하고 행복했다. 힘들었던 시간도 사르르 녹아버릴 만큼 보람찬 한 해였다”고 되돌아봤다. 1997년에 데뷔해 25년여의 배우 생활을 이어온 그는 “앞으로 50년은 더 연기하고 싶다. 충분히 행복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길고도 험난하다고 생각한다”며 “덕임의 소박한 꿈처럼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프레인T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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