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의 톡톡톡]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영어로는 ‘New Year’s eve’, 새해 전날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하죠. 서양 문화권 영화를 보면 이날엔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파티를 하면서 새해가 되는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하는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반면 동양 문화권에서는 음력을 사용해 와서인지, 우리나라도 음력설의 전날은 ‘섣달 그믐날’이라고 부르는 이름도 있고, 행해오던 여러 가지 풍습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불을 켜놓고 새벽에 닭이 울 때까지 밤을 새우는 수세(守歲)라는 것이 있지요. 잠을 자 버리면 눈썹이 하얗게 되어버린다는 말도 꼭 같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유년기를 추억해보면 성탄 전날, 크리스마스이브엔 종교활동의 영향인지 일반적으로 외출해서 무언가를 하는 일이 많았지만, 의외로 31일에는 집안에서 TV 특집 프로그램을 보면서 제야의 종소리를 시청했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어른이 되면 ‘보신각 타종 현장’에 꼭 가봐야지 하는 꿈을 키웠었지요. 첫 도전은 고3 때 였습니다. 시험도 마쳤겠다, 일부러 대학생 선배와의 저녁 약속을 종로 근처로 하고는 버티기에 들어간 거죠. 하지만 시간이 늦겠다고 통보성 전화를 집에 한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 버티려면 그냥 버텼어야 했는데, 그래도 안전한 후일을 위해 전화를 했다가 폭풍 잔소리와 함께 결국... 집으로, 그 해 카운트 다운은 지하철 안에서 침묵으로 보냈던 거로 기억합니다. 그 몇 년 후 시드니에서 드디어 야외 카운트 다운과 해돋이에 성공하긴 했지만, 귀가 후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보너스로 남았지요. 

 

소원 같던 보신각 타종 경험은 1995년 12월 31일이었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이 어긋나서 좀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일단 우와.. 첨 보는 풍경. 차량 접근이 불가능해서 정동 사거리에서부터 달리기하는 모습은 어느 제야 방송에서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면서부터는 인파에 싸여 보신각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고 소리와 함성으로 함께했습니다. 그때 알았죠. 명확한 타종 비젼은 티브이뿐이라고. 그 후 다양한 제야 행사 진행도 했구요, 어느 해인가 결국 보신각 타종 행사 MC도 경험했네요. 그때가 가장 보신각 가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하하

 

오랜만에 다시 마이크 앞에서 카운트 다운을 하게 되었네요. 2021 경인방송 특집 제야 방송, 미리 인사드립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배우 겸 방송인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