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가 대중문화 미디어 관심을 한 몸에 모은 한 주였다. 1일 데뷔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새 걸그룹 아이브 얘기다. 지난 4월 해산한 프로젝트그룹 아이즈원 출신 안유진과 장원영이 소속된 팀으로 잘 알려졌다. 그리고 이 같은 미디어 관심은 원인이 뚜렷했다. 데뷔그룹으로서 너무나도 엄청난 성과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이브 포함 4대 연예기획사 정도나 만들어낼 수 있는 데뷔, 아니 4대조차 만들어내기 힘든 기적적인 데뷔 대박이 이뤄졌다.
그러자 이처럼 놀라운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미디어 기사들도 단숨에 쏟아졌다. 대부분 K팝 걸그룹 사상 가장 거대한 국내 팬덤을 지니고 있던 아이즈원의 파생그룹이란 점에서 원인을 찾았다. 물론 아주 틀린 얘긴 아니다. 그러나 그 하나로 모든 게 다 설명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각 수익 처마다 성과의 주원인이 각기 다르단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피지컬 음반판매 부문. 많이들 알다시피, 아이브 데뷔음반 ‘Eleven’은 역대 걸그룹 데뷔음반 초동기록을 경신했다. 15만2200여장. 종전기록이었던 아이즈원의 8만800여장을 거의 더블스코어로 경신했을 뿐 아니라, 역대 이보다 높은 초동기록을 보유한 걸그룹 자체가 고작 6팀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기록을 데뷔 7일 만에 이뤄낸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대기록의 비결은 다소 간명하다. 온전히 기존 아이즈원 팬들 지지 덕택이라 봐야한다. 국내 음반구매 지표만 봐도 그렇다. 남초였던 기존 아이즈원 코어팬덤 성비구성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아이즈원 음반판매에 큰 역할을 했던 중국 팬덤에서도 음반 공동구매량이 5만여 장에 달했고, 아이즈원의 또 다른 시장 한 축이었던 일본에서 역시 몇몇 판매지표들을 통해 아이브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게 아이즈원 팬덤이었다. 역대 가장 거대한 걸그룹 국내 코어팬덤이자 소비력이 극도로 왕성한 팬덤이기도 했다. 거기다 올팬 기조가 강해 팀 해산 뒤 각 멤버들이 솔로 또는 새 그룹으로 돌아올 때에도, 자기 ‘최애’ 멤버든 아니든, 음반이나 굿즈를 꼬박꼬박 구매해 높은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계속됐다. 그리고 아이브의 장원영과 안유진은 개인 팬 기조가 강한 중국 아이즈원 팬덤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멤버들에 속했었다. 걸그룹 데뷔음반 초동기록 더블스코어 경신은 이렇듯 철저히 ‘아이즈원의 유산’으로서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디지털음원 성과는 또 다른 얘기다. 데뷔 타이틀곡 ‘Eleven’은 11일 현재까지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실시간차트 최고 5위, 톱100에서도 5위, 일간차트 7위까지 올랐다. 그 자체로도 믿기 힘든 성과지만, 이 같은 성과가 M.net ‘쇼 미 더 머니’ 음원들이 차트를 휩쓰는 시점에 이뤄졌단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각 음원사이트의 ‘Eleven’ 스트리밍 이용자 성비분포가 음반 구매자 성비분포와는 완전히 반대된단 점이다. 스트리밍은 남녀비율 3:7 정도 여초 구성으로 나온다. 1020 여성층, 그중에서도 특히 10대 여성층 지지가 엄청나다. 결국 음반과 음원 소비가 투트랙으로 흘러가는 셈이다.
이처럼 기묘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일단 아이즈원 면면부터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아이즈원 최연소 멤버들이었던 장원영과 안유진은 아이즈원 활동 중에도 1020 여성층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던 멤버들이었다. 특히 장원영은 상당부분 아이코닉한 위치까지 올랐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1020 여성층 사이 라이트 팬층이 형성돼 대중성 지표라는 음원 스트리밍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지만, 아이즈원 당시엔 그런 일이 쉽지 않았다. 아이즈원은 유난히 ‘입덕 장벽’이 높은 팀이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일본 48그룹과의 합작 팀이란 점이 인터넷 여초 커뮤니티들에서 거부감을 일으켜 배싱과 보이콧이 끊이지 않았고, ‘프듀 투표 조작 사건’은 이 같은 분위기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러다 팀이 해산하고 장원영과 안유진이 아이브로 재데뷔하자 1020 여성층에서 이들 포텐셜이 제대로 폭발해버린 순서. 장원영과 안유진에게 아이즈원은 스타덤으로의 결정적 발판이었던 게 사실이지만, 동시에 어느 한계 이상으론 확장이 어렵도록 막는 ‘억제기’이기도 했단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이후 음악방송 무대영상과 멤버 이서의 근접촬영 영상 등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퍼져나가고, 스타성 있는 여타 멤버들 존재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음원이 역주행을 시작해 음원차트 최상위권까지 이르게 된 흐름. 결국 잠재 라이트 팬층 ‘족쇄’가 풀리고 팀 구성 및 노래와 콘셉트 방향성도 호감을 사 화학작용이 일어난 셈이다.
끝으로, K팝 팬들 사이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해외 반응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단 ‘Eleven’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사이트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200 차트에서 K팝 걸그룹 데뷔음원 사상 최초로 차트인에 성공했다. 185위로 진입해 점점 이용자를 늘려가며 11일 현재 103위까지 오른 상황. 그밖에 주요 해외시장인 중국의 최대 스트리밍사이트 QQ뮤직에서 3위, 일본의 최대 스트리밍사이트 애플뮤직 재팬에서도 9위까지 올랐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과는 아이즈원 활동을 통해 사전에 성립된 인지도와 관심 덕택이 아니었다. 애초 아이즈원은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200이나 애플뮤직 재팬 10위권 내 들어가는 팀이 아니었다.
그럼 뭘까. 큰 차원에선,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K팝 인구가 세계적으로 급격히 늘고, 팬덤도 고도화된 측면을 들 수 있다. 그만큼 한국 내 유행에 민감해하는 해외 리스너들이 크게 늘었고, 아이브와 ‘Eleven’이 한국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단 점도 그렇게 포착돼 차트에 반영됐으리란 것. 더 근본적 측면에선, 애초 노래와 팀 콘셉트 자체가 잘 먹혀들어간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leven’은 대중성과 개성을 잘 구비한 팝 넘버다. 프리코러스에서 비트가 떨어지며 들어가는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 파트는 신세대 틱톡 감성과 맞아떨어져 틱톡 기반으로 확산되는 행운도 맞이했다. 또 K팝 걸그룹 콘셉트가 걸크러쉬와 틴키치로 양분돼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적 우아함 코드를 고수한 점이 환영받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들이 다양한 수익 처에서 복합적으로 클릭돼 일어난 게 아이브의 데뷔 대박이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공은 그간 불문율처럼 여겨져 온 징크스를 깼단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프듀 그룹’ 출신은 솔로로 나오면 어느 정도 가능성 있어도 새 그룹으로 나오면 반드시 실패한단 징크스 말이다. 해당징크스에 대한 이런저런 원인 분석들이야 그간 수없이 있어 왔지만, 징크스를 깨버린 아이브를 통해 다시 돌아보면, 애초 ‘프듀 파생그룹’ 문제는 콘셉트 기획력 및 마케팅 역량 미비, 곡 수집의 한계 등 소위 ‘중소기획사의 한계’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역대 ‘프듀 그룹’ 멤버 대부분은 중소기획사 소속이었고, 이들이 기한종료 후 돌아가야 할 곳도 중소기획사들이었으니 말이다.
아이브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여기서 예상치 못한 좋은 기획력으로 확장성 있는 곡을 골라 흥미롭게 포장해 내놓았단 점이 다르다. 어차피 ‘프듀’는 수많은 방송사들에서 수많은 다른 이름들로 계속 등장할 테고, 그에 연습생을 내보낼 중소기획사들이라면 아이브의 성공담과 그 비결에 주목하고 연구해봐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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