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다”고 했다.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그런 실수는 없었다”고 했다. 다시 떠올려도 난감한 8초 바이얼레이션,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이스 김단비(31)는 또 한 뼘 자랐다.
김단비는 지난 20일 최악의 하루를 경험했다. 우리은행전서 맹활약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경기 종료 30초를 남긴 시점 팀이 2점 차 리드를 잡았고, 김단비는 마지막 공격을 위해 공을 잡았다. 그런데 시간을 체크하지 못했다. 8초 안에 하프라인을 넘어가지 못했다. 뒤늦게 상대 진영을 밟았으나 샷클락은 이미 15초를 남겨두고 있었다. 공격권을 넘겨준 이후 최이샘(우리은행)에게 3점슛을 얻어맞았다. 찰나의 실수가 1점 차 패배로 이어졌다.
사실 김단비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샷클락을 보지 못했다. 김단비는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것”이라고 했다. 보통 샷클락 시간이 임박했을 때 벤치에서 시간을 외치는 데 김단비가 공을 운반할 때 아무런 외침이 없었다. 게다가 중요한 시점인 만큼 김단비는 나름대로 계산을 세웠다. 김단비는 “그 상황에서 공이 나한테 바로 왔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천천히 지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그래도 김단비는 죄책감이 컸다. 데뷔 이후 줄곧 에이스 역할을 맡아온 그로서는 이번 실수의 타격이 컸다. 강한 압박이 펼쳐지지 않는 이상 범하기 어려운 실수를 한 만큼 죄책감도 컸다. 김단비는 “내가 공을 뺏겨서 속공을 주고 져본 적은 있는데 샷클락은 나도 처음”이라면서 “차라리 내 앞에서 슛을 맞아서 졌으면 속상하다고 했을 텐데 오로지 내 실수 하나로 졌다. 그날 온종일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구나단 감독대행에 따르면 김단비는 눈물을 흘렸다.
다행스럽게도 이틀 만에 8초의 잔상을 잊었다. 22일 삼성생명전서 다시 전투태세를 갖췄다. 시작부터 전력을 다했고, 경기 후반부에는 벤치에 앉아서 쉬는 언니들을 대신해 계속 코트 위에 섰다. 김단비는 “에이스로서, 고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해서 팀원 모두가 긴장했다. 내가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난 경기 만회할 생각으로 나섰다”면서 “구 대행님이 ‘이 팀의 에이스는 너다. 너에게서 모든 공격과 수비가 파생돼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책임감을 다시 심었다”고 했다. 8초의 기억, 김단비가 다시 에이스가 됐다.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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