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명의] 대상포진 지나간 자리… ‘불타는 통증’ 지속된다면

◆이승훈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대상포진으로 인한 고통을 두고 흔히 ‘통증의 왕’이라고 한다. 이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데, 피부에 띠 모양의 물집과 고통스러운 통증을 일으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상포진이 지나간 자리에는 신경통이 남아 고통을 지속시킨다.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한다. 분명 수포는 다 사라졌는데, 통증은 여전히 남아 괴롭힌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와 관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이승훈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를 만나 자세히 들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란.

 

“대상포진이 발생한 경우 2~3주 이내에 물집이 생기고, 딱지가 앉으며 통증도 점차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통증이 수개월 지속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한다. 대상포진이 수포와 날카로운 통증을 동반한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정상피부로 회복된 이후에도 불에 타는 듯한, 전기가 오르는 듯한 증상 등을 호소한다.

 

기존에는 피부발진 발생 이후 3~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될 경우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피부 발진이 가라앉은 뒤 1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심하게 지속되면 이같이 정의하기도 한다. 빠른 치료에 나서야 증상 개선에 좀더 유리하다고 보는 견해가 늘면서다.”

 

-통증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통증 정도를 0~10으로 표현한 ‘통증 숫자평가척도’(Numeric Rating Scale, NRS) 기준 7~10 수준이다. 숫자가 10에 가까워질수록 고통이 크다는 의미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특징은 ‘이질통’이다. 이는 스치는 정도의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는 것인데, 심한 경우 선풍기 바람도 쐴 수 없을 정도다. 옷을 입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환자 비중은 어느 정도 되는지.

 

“치료받지 않은 대상포진 환자 4명 중 1명에서 수포가 사라진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를 겪을 확률이 커진다. 이밖에 대상포진 급성기 통증과 수포가 심했거나, 암환자 등 면역이 떨어진 상황에 놓였거나, 안면부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환자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렇다.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리면 신체활동이 어려워져 기력과 줄고, 삶의 질이 저하된다. 이때 소위 만성통증의 3대 동반 질환으로 여겨지는 우울감, 불면, 불안이 동반된다. 생활패턴이 깨지며 피로, 소화장애, 근육통 등이 동반되면 나쁜 요소가 얽히고설켜 증상이 더 심해진다.

 

심한 경우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치매 발병 위험까지도 높일 우려가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절대 자연스럽게 낫지 않는다. 수포가 가라앉은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통증 조절 목적으로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을 활용한다. 위의 약물을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은 한의학 치료를 고려하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사실 대다수 대상포진 환자는 노인이다. 이미 만성질환 등으로 많은 약물을 복용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치료제를 늘리면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한방치료를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어떻게 치료하나.

 

“침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전침’, 희석한 봉독을 주사해 염증을 줄이는 ‘봉독약침’ 등 침치료와 한약치료를 활용한다. 침치료는 약물 부작용 없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주2회를 기본으로 통증이 호전되는 정도에 따라서 복용하고 있는 진통제를 줄이거나 치료 횟수를 줄여나가는 식으로 치료한다.

 

전침 치료와 관련해서는 연구도 진행했다. 이는 척수에서 통증이 뇌로 전달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뇌에서 베타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를 촉진해 통증을 억제하는 원리의 치료다. 실제로 충분한 약물치료에도 중등도 이상 통증을 호소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에 나선 결과, 통증 점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나.

 

“우선 대상포진이 의심되는 경우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진단 후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 제제 복용해야 한다. 수포 치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경통으로의 이행 방지를 위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료에 빨리 나설수록 유리하다.”

 

-환자들에게 전반적 제언을 해 달라.

 

“통증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너무나 잘 안다.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본인의 증상에 잘 맞는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게 첫 번째다.

 

또, 통증은 컨디션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잠이 부족하고,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날, 통증은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동반증상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통증이 두려워 운동을 무조건 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활동이 위축되며 몸이 굳어져 더 뻣뻣해지고 아플 수 있다. 아픈 부위를 혹사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산책 등 가벼운, 약간의 움직임을 챙겨야 한다.”

 

◆이승훈 교수는…

 

전통경락이론에 과학적 접근법을 접목한 침 치료로 한방척추관절센터에서 근골격계 질환 및 난치성 통증질환에 대한 임상 진료에 나서고 있다. 이뿐 아니라 다양한 임상연구를 시행하며, 한의학의 과학화·표준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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