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①] ‘공대 언니’ 박현주 시옷 CEO “보안기업의 한계, 깨고 싶었다”

박현주 시옷 CEO / 사진=권영준 기자

“모두가 어려울 거라고 했다. 안 될 거라고 했다. 사업 계획서를 수백개도 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이뤄냈다. 15년 보안 솔루션 일을 하면서 한계를 깨고 싶었다.”

 

인터뷰를 마칠 때 즈음 ‘보안과 해킹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도 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전하는 말 속에서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털털하면서도 꼼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성 IT 개발자이자 보안전문 기업 시옷의 CEO, ‘공대 언니’ 박현주 대표의 이야기다.

 

박현주 CEO는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사무실에도 그가 만들어 낸 미술 작품이 있었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눈빛을 반짝이며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IT인’이다. 박현주 CEO는 “대학입학을 앞두고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 수학을 잘했다. 암기 과목은 그렇게 어려웠는데, 수학은 이상하게 술술 풀렸다. 벼락치기도 잘해서 수학 성적이 좋았다”라며 “재수를 할까 하다가 수학이 재미있었고, 당시 IT가 급변하는 시기를 타고 공대에 입학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당시 공대 여학생은 전체 2~3명이었고, 그중의 한 명이 박현주 CEO였다. 그는 “반복적인 일상을 싫어하는데, 매번 변화하고 흐름을 바꿔야 하는 IT에 매력을 느꼈다. 그렇게 IT의 길에 접어들어 들게 됐다”고 전했다.

 

박현주 CEO는 원래 소프트웨어 보안 솔루션 업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다. 한국 IT 업계의 초창기 개발자는 ‘3D 직업’ 중 하나였다. 밤을 새우는 일은 일상이었고, 매일 모니터와 씨름해야 했다. 그렇게 소프트웨어 보안 솔루션 업계에서도 잔뼈가 굵은 ‘여성 IT인’으로 자리 잡을 때 즈음 한 가지 생각에 빠졌다. 그는 “죽으라고 일은 하는데, 시장이 너무 작았다. 당시 암호 보안 시장은 IoT 디바이스 시장이 90% 이상이었고, 소프트웨어는 4~5%가 전부였다”라며 “고민 끝에 ‘그럼 디바이스 시장으로 가자’라고 결론을 내리고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솔루션에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반대도 많았다. 하드웨어 보안 솔루션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한다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웠지만, 여성 CEO로서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박현주 CEO는 “나는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IoT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하드웨어만 만들어내면 된다고 믿었다”며 “물론 그 과정에서 하드웨어를 통한 성능 구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국제 인증을 받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만큼 수익도 없었다. 하지만 애초 작지만 강한 기업,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힘들지만 즐겁게 일했다. 그리고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고 미소 지었다.

현재 미래차 보안 시장에 진출한 시옷은 기술력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 시옷은 1년에 2번 진행하는 자율주행 관련 통신 단말기 호환성 테스트인 ‘플러그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2번 모두 통과하기도 했다.

 

박현주 CEO는 최근 또 다른 관심사가 생겼다. 지난 17일 네이버가 1981년생 최수연 CEO를 내정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IT 업계에 ‘여심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가운데 박현주 CEO 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IT 여성 기업인 단체인 IT여성기업인협회 9대 회장에 선출됐다.

 

박현주 CEO는 “나도 처음에는 성별 구별 없이 각자의 능력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라면서도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여성 IT인은 네트워크 부재 등의 마음껏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열악하다는 점을 느꼈다. 그래서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점이 많다. 그래서 여성 기업인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라며 “ICT 여성 인재가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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