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수비 뽐내고도 승부차기 실축으로 고개 숙인 불투이스

 

 ‘라인업! 컴온!’

 

 흔히 축구에서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한 수비수에게 통곡의 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식상할 수 있는 이 표현이 전혀 뻔하지 않았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현대 중앙 수비수 불투이스(31)가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웃질 못했다.

 

 울산은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포항과의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전에서 정규시간 1-1 후 이어진 승부차기서 패배했다.

 

 이날 경기에는 많은 이목이 쏠렸다. 울산은 2020시즌 ACL 우승팀이다. 디펜딩 챔피언이 2년 연속 아시아 왕좌를 정조준했다. 또 ‘하나원큐 K리그1 2021’ 단독 선두, ‘2021 하나은행 FA컵’ 4강에도 오른 울산. 포항을 꺾는다면 3관왕, 트리플크라운이 가능했다.

 

 이에 맞서는 포항은 12년 만에 ACL 우승을 노렸다. 지난 2009년 이후 대륙 클럽 대항전 트로피가 없었던 포항은 이번 시즌에 설욕할 계획이었다.

 

 또 울산과 포항, 포항과 울산의 맞대결은 동해안더비로 불린다. K리그에서 숱한 스토리를 만들었던 두 팀이 처음으로 ACL에서 만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 3지역인 전주에서 펼쳐진다는 점도 이슈였다.

 

 여러 요소가 걸린 한 판인 만큼 두 팀은 처음부터 치고받았다. 전반 흐름은 포항이 조금 더 주도했다. 결정적인 찬스는 두 팀 모두 만들지 못했으나 분위기는 포항의 몫이었다.

 

 전반 경기력과 달리 선제골은 울산에서 나왔다. 후반 6분 페널티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윤일록이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가 온전하게 처리하지 못한 공을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울산에 변수가 나왔다. 후반 22분 울산 미드필더 원두재가 임상협에게 위험한 태클을 시도해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울산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비수 불투이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투이스는 울산 대표 수비수는 물론 K리그 간판 자원이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팔라시오스, 임상협, 이승모 등으로 울산을 공략했는데 불투이스를 뚫지 못했다. 김기희와 짝을 맞춘 불투이스는 스토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힘 있고 스피드가 좋은 팔라시오스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전방으로 향하는 빌드업에도 관여한 불투이스.

 

 후방에서 수비라인을 조율했다. 수적 열세에 놓인 울산은 흔들릴 수도 있었으나 불투이스가 확실하게 중심을 잡았다. 쉼 없이 수비 간격을 주문하고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조정했다. 포항이 롱패스로 후방을 노릴 땐 깔끔한 헤더로 차단했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포항 공격수 이호재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어도 불투이스를 넘어서진 못했다.

 

 후반 44분 포항 그랜트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불투이스는 더욱 소리쳤다. 연장전으로 이어진 경기에서 꾸준하게 수비를 정비했다. 라인이 흐트러질 때마다 “라인업! 컴온!”을 끊임없이 외쳤다. 적재적소의 커트도 계속됐다. 그 덕에 울산은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이어진 승부차기. 불투이스가 1번 키커로 나섰다. 경기 내내 좋은 경기력을 뽐냈던 터라 그 기세를 잇는 듯했다. 그러나 힘이 너무 들어간 나머지 공이 하늘로 향했다. 이후 키커들이 모두 성공시키면서 포항의 5-4 승리로 경기는 막을 내렸다.

 

 패배한 울산 선수단은 원정온 울산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불투이스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를 본 울산 팬들은 “불투이스! 불투이스!”를 외치며 달랬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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