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증상에 효과적인 한방치료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긴급 신고는 일상 속 수많은 사건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 이를 응대하는 신고 상담원들은 1분 1초가 아쉬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으로 추가 피해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최근 OTT를 통해 공개된 영화 ‘더 길티’는 이런 긴급 신고 상담원이 위기에 처한 발신자를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인 LA 경찰 조 베일러(제이크 질렌할 분)는 수사 중 발생한 살인 사건에 연루돼 911 구급대 신고 상담원으로 좌천 당해 최종 재판을 하루 앞두고 있다.

그는 재판에 대한 긴장감으로 좀처럼 일에 집중하지 못하던 중 한 여성의 신고 전화를 받게 된다. 직감적으로 납치 상황임을 깨달은 조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오직 통화 음성만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1인극에 가까운 영화인 만큼 관객들은 주인공 조의 심리에 이입해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 내내 표현되는 조의 스트레스 상태는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소재로 볼 수 있다.

재판을 하루 앞둔 조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나타낸다. 평소 앓고 있는 천식으로 마른 기침을 하거나 두통으로 머리를 감싸기도 한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거짓 신고도 그를 괴롭히는데, 조는 화를 억누르다 결국 신경질적으로 폭발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이는 분노와 스트레스 등을 풀지 못해 발생하는 ‘화병(火病)’ 증상으로 의심할 수 있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로, 화가 몸에 쌓여 답답함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감과 두려움, 우울감 등이 발생하고 두통과 가슴 통증, 입 마름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도 이어진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분노와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 여기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조와 같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라면 화를 숨겨야 할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근로복지공단 최근 자료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들의 정신질병 산재 신청은 2018년 268건에서 지난해 581건으로 급증했다. 상담원들이 스트레스 관리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화병을 예방하려면 우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과 취미 생활도 추천한다. 가급적 술과 카페인 음료도 피해 수면을 충분히 취할 수 있도록 하자.

또 가족이나 친구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스트레스를 건강히 해소하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화병을 조기에 발견해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한의에서는 화병 치료를 위해 침·뜸 치료, 한약 처방 등을 활용한다.

침·뜸 치료는 뭉쳐 있는 혈을 풀어 기혈 순환을 원활히 해주며, 한약 처방은 심장의 열을 낮추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환자의 호흡이나 명상을 지도하는 한방정신요법도 시행하곤 한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요즘 같은 시기일수록 가족과 지인, 사회 전반의 관심이 필요하다. 혼자 마음의 병을 키우지 말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정신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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