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작 부활… ‘디아블로2’의 매서운 질주

21년 만에 리마스터 버전 출시
4K 해상도·7.1 돌비 사운드
원작 캐릭터 3D 모델로 구현
PC방 2위·점유율 8% 돌풍
철저한 검증·현지화 노력 빛나
왕년 팬부터 새 유저까지 인기

지난 달 24일 전 세계로 출시된 ‘디아블로Ⅱ: 레저렉션’이 왕년의 게임 마니아를 줄줄이 소환하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디아블로Ⅱ: 레저렉션’은 액션 RPG(역할수행) 장르를 뿌리내린 ‘디아블로’ 시리즈 중에서 2000년 6월 선보인 ‘디아블로Ⅱ’와 그 이후 나온 확장팩 ‘파괴의 군주’의 리마스터 버전이다. ‘디아블로’ 특유의 공포스럽고 암울한 이야기와 스릴 넘치는 전리품 사냥, 본능적인 핵 앤 슬래시 전투를 현대적 비주얼로 탈바꿈시켰다. 원작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2D 캐릭터가 완전히 3D 모델로 구현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고, 이들이 활동하고 때론 잔혹한 묘사로 채워진 성역도 새롭게 재구상된다. 4K 그래픽과 7.1 돌비 사운드로 무장했다.

‘디아블로Ⅱ: 레저렉션’은 시판과 동시에 호평을 받으면서 우상향 질주를 펼치고 있다. 국내 PC방 순위를 다루는 게임트릭스에서 2위까지 찍었고, 점유율도 8%를 돌파했다. RPG 장르로는 단연 1위다. 앞서 블리자드는 2017년 ‘스타크래프트’와 2020년 ‘워크래프트3’를 소재로 리마스터 버전을 공개했으나, 성적이 ‘디아블로Ⅱ: 레저렉션’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리마스터 버전 자체가 순도 100%의 신작이 아닌데다, 동일한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외관과 게임 요소를 최신화 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고정 팬에 국한된 흥행이 일반적이었다.

지난 달 24일 전 세계로 출시된 ‘디아블로Ⅱ: 레저렉션’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왕년의 게임 마니아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시장에 건전한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디아블로Ⅱ: 레저렉션’은 외연을 급속히 넓히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과 잠재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스팀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네오위즈 ‘블레스 언리쉬드 PC’를 비롯해 베타 서비스에 돌입한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콘텐츠 보강과 동시에 PC방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스마일게이트알피지 ‘로스트아크’, 넥슨과 맞손을 잡은 원더홀딩스의 자회사 원더피플에서 만든 ‘슈퍼피플’까지 PC에 기반한 온라인 게임들이 시장성을 재차 증명하고 있다. 선발 국내 게임 기업 관계자는 “스팀을 통해 인기를 얻기도 하는 등 온라인 게임을 즐겨보려는 이들이 요즘 늘어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이미 팬심이 두터운 ‘디아블로Ⅱ’의 리마스터 버전은 타이밍(시기) 면에서도 충분히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각종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몇 년만에 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온라인 동창회급’, ‘한 달 5만 원도아니고 평생 4만 8000원에 하고 싶을 때 하는 게임인데 아깝나 싶다’, ‘명작 중에 명작을 4K로 할 수 있다니’, ‘이 명작을 요즘 세대도 해 볼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 ‘재밌는데 체력이 안따라 간다’ 등 게임을 접하는 이들은 각자 느낌을 설파하면서 공통분모와 동질감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디아블로Ⅱ 레저렉션’ 초기 화면
디아블로Ⅱ 레저렉션’ 시연 장면. 블리자드 제공

또한 블리자드 측이 양념 형태로 곁들인 총 27분 분량의 시네마틱 영상은 신규 이용자들의 구미까지 자극하고 있다. 블리자드 마니아를 가리키는 이른바 ‘블빠’를 자청하는 직장인 최경호씨(49)는 “PC방에서 신나게 친구들과 플레이하던 옛날이 사무치게 그립다”면서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에 견줄 만한 시네마틱 영상을 보면서 더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소문 듣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지인들이 많다”고도 말했다.

한편, ‘디아블로Ⅱ: 레저렉션’이 초반 시장에 연착륙한 배경에는 블리자드의 철저한 준비도 기여했다. 블리자드는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와 오픈 베타 테스트를 거치면서 추억을 재현할 수 있는 장치를 다각도로 검증했고,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신중하게 반영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Ⅱ: 레저렉션’의 현지화에도 각별하게 공을 들였다. 아이템 명칭에서 직업명, 각종 효과와 스킬 명칭 등에 한글화가 이뤄졌다. NPC(게임에서 도움을 주는 보조캐릭터)의 목소리도 전문 성우가 더빙했고, 각종 설정창 역시 한글로 지원된다. 젠 오닐 블리자드 공동 대표는 “개발에 참여한 모두가 플레이어를 위해 제대로 해보자는 사명감을 품고 임했고, 그 결실에 대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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