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괴물…결국 3점대 ERA 무너졌다

 

“야수들에게 미안했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겐 잊고 싶은 하루였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상대에게 또 고개를 숙였다.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2021 메이저리그(MLB)’ 더블헤더 1차전에 나서 2⅓이닝 8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으로 부진했다. 류현진은 “선발투수로서 경기초반 대량실점으로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야수들에게 미안했다”고 전했다.

 

많은 것들을 잃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소 이닝이다. 지난해 토론토로 이적한 후 3회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점대 평균자책점도 붕괴됐다. 종전 3.77에서 4.11까지 치솟았다. 류현진은 2013년 빅리그 입성 후 지난해까지 8시즌 동안 규정이닝을 채운 모든 시즌에서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9년엔 평균자책점 2.32로 MLB 전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수술 여파로 2015시즌은 건너뛰었고 2016시즌에도 1경기만 소화했다. 한화 소속이었던 KBO리그(2006~2012년)에서도 4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끝낸 기억은 없다.

 

 

조기 등판이 독이 됐을까. 류현진은 직전경기였던 7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앞선 2경기에서 아쉬운 흐름을 보였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을 했다. 그간 많이 던지지 않았던 슬라이더까지 꺼내들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평소보다 많은 힘을 소모했지만 토론토는 4일 휴식 후, 그것도 낮 경기에 류현진을 올렸다. 심지어 더블헤더 2차전에서 1차전으로 일정을 앞당기기도 했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로테이션 운영을 무리하게 가져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토론토는 현재 와일드카드 추격 중이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다승 경쟁은 아직 유효하다. 류현진은 현재 28경기에서 13승8패를 거뒀다. 빅리그 데뷔 후 한 시즌 거둔 최다 승은 14승(2013, 2014, 2019시즌)이다. 아메리칸리그(AL)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게릿 콜(양키스·14승)과는 1승 차이다. 콜은 햄스트링 통증 여파로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남은 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AL 다승왕에 오를 수도 있다. 앞으로 세 차례 정도 더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동료들이 힘을 보탰다. 패를 지웠다. 7회 더블헤더 마지막 공격에서 경기를 뒤집었다. 조지 스프링어의 2점짜리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류현진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타석 한 타석 집중하면서 멋있게 역전한 것 같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선발투수로 매 시즌 목표가 평균자책점이 첫 번째인데, 한 달 동안 대량 실점 경기가 많아지면서 가장 높은 숫자로 가고 있다. 시즌이 얼마 안 남았으니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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