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한소희, 송강 주연의 ‘알고있지만’이 시청자의 외면 속에 종영을 맞았다. 대세 청춘스타의 만남에 걸맞은 떠들썩한 예고를 뽑아냈지만, 정작 결과물은 기대를 저버렸다.
지난 21일 종영한 JTBC 토요스페셜 ‘알고있지만’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비연애주의자’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꽃’,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스물두 살 청춘들의 하이퍼리얼 로맨스를 예고했다.
원작에서 박재언(송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남자’다. 허탈할 정도로 달라지지 않는 박재언, 그리고 그런 박재언과의 관계 이후 의심만 늘어가는 유나비(한소희)의 연애가 다소 찝찝한 결말을 맞게 한다.
반면 드라마의 엔딩은 달라졌다. 9회까지 갈팡질팡했던 박재언은 21일 방송된 10회에 개과천선한다. “그래서 나만 쓰레기야?”라며 언성을 높였던 빗속 말다툼이 무색할 정도로 청춘 영화 같은 엔딩을 맞는다. 활짝 웃고 있는 양도혁을 보며 잠시 멈칫한 유나비가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했을 뿐이다.

‘알고있지만’은 원작의 찝찝한 엔딩 대신 특색 없고 안정적인 결말을 택했다. 지금 감정에 충실하고 사랑에 주체적이 된 유나비의 입체적인 변화는 있었다. 그러나 유나비에게 상처를 준 전시회에서 두 사람의 ‘운명’이 시작됐다는 사실도, 핑크빛 해피엔딩도 ‘급전개’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종종 등장한 잔잔한 내레이션으로 유나비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이해할 수 있었지만, 박재언의 감정들을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단막극이라 할지라도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가며 공감을 끌어내지만, ‘알고있지만’은 그렇지 않았다. ‘첫눈에 반할 정도’의 유나비와 진짜 연인이 되기까지 박재언이 보여준 건 그저 ‘나쁜 남자’였다. 시청자는 그가 급 자각한 배경을 추측할 뿐이었다. 이것이 과연 10부작이 가진 한계일지, 제작진의 의도일지 모르지만, 결과만 두고 보자면 ‘알고있지만’은 시청자에게 불친절한 드라마였다.
‘상상 이상’을 예고했던 일부 회차 19금 편성도 상상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지극히 현실적일 수 있지만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요즘 대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기엔 어려웠다.
다만 최종회의 부제였던 ‘알고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있지만’이 발견한 배우들도 있었다. 캠퍼스물의 특성상 주인공의 친구들도 매회 등장했다. 방황을 끝내고 ‘찐사랑’을 찾은 양혜지(오빛나 역)와 낯선 감정을 풀어가는 과정을 시청자에게 차근차근 이해시킨 윤서아(서지완 역)와 이호정(윤솔 역), 그리고 송강을 긴장시킨 순수 청년 채종협(양도혁 역)도 제 몫을 해냈다.

‘알고있지만’은 2.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첫 방송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로 남았다. 8화엔 0.994%로 1%대를 밑돌며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1.74%. 방송 전, 10부작과 주 1회 편성은 ‘원작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라는 제작진의 설명이 있었지만, 결국 주 1회 편성의 이점도 체감할 수 없었다.
시청률이 안타까울 정도로 송강, 한소희의 비주얼 합은 완벽했다. 높은 싱크로율로 원작 속 박재언과 유나비를 영상화했다. 비현실적 비주얼의 두 남녀가 사랑하고 갈등하는 모든 순간 화면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청자를 붙잡을 수 없다는 한계를 증명하기도 했다. ‘알고있지만’은 두 청춘스타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게 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JTBC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