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스타]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 ‘기적’을 향해 달린다

사진=뉴시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의 마지막 올림픽은 ‘기적’을 향해 달린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전서 세트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012 런던올림픽 4위 이후 9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주장인 레프트 김연경이 앞장섰다. 블로킹, 서브 각 1개를 포함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8득점(공격성공률 49.06%·효율 33.96%)을 터트렸다. 팀 내 최다 디그(세트당 3.20개)는 물론 리시브 효율 55.55%를 선보였다. 배구여제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라스트, 베스트…명불허전 에이스

 

 30대 중반에 들어선 김연경에게 도쿄는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간절함으로 무장했고 최고의 경기력으로 표출했다. 김연경은 지난 3일까지 대회에 참가한 전체 선수 중 득점 4위(87점), 공격 4위(효율 35.37%), 리시브 12위(성공률 61.82%), 디그 12위(세트당 2.47개)에 골고루 자리했다. 공수에서 무르익은 실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지난달 31일, 8강행을 확정 지은 일본전서는 30득점을 빚었다. 역대 올림픽서 30점 이상을 4차례나 기록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새겼다. 앞서 2012 런던 대회 세르비아전(34점)과 중국전(32점),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일본전(31점)이 있었다.

 

 터키전서도 빛을 발했다. 한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전적서 2승7패로 밀렸다. 올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고 2018, 2019년 해당 대회서도 모두 0-3 패배를 당했다. 2012 런던올림픽 맞대결 역시 2-3 석패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신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블로킹 바운드 후 디그로 반격을 노렸다. 작전이 통하려면 마지막 터치를 책임지는 공격수의 결정력이 중요했다. 김연경이 나섰다. 2세트 리베로 오지영의 디그에 이어 깔끔한 스파이크로 16-7 쐐기를 박았다. 팽팽했던 3세트에는 연속 득점으로 23-21을 선사했다. 마지막 5세트에는 박은진의 서브에 터키 리시브가 흔들리자 다이렉트 공격으로 12-10 점수를 벌렸다. 네트 앞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14-11 매치포인트를 만들었고, 마지막 득점까지 장식했다.

 

◆적재적소에…배구여제는 냉정과 열정 사이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따듯하게 행동했다. 김연경은 코트 위 리더로서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상대가 어떤 세트플레이를 펼칠지, 어떤 선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하는지 매 순간 큰소리로 외쳐 동료들을 도왔다.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격려했다.

 

 팀이 억울한 상황에 처하면 망설임 없이 주심에게 달려갔다. 터키전서도 3세트 24-23이 되는 과정에서 심판진이 엉뚱한 장면으로 챌린지(비디오판독)를 진행하고, 이후 양효진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포히트 범실이라고 지적하자 강하게 항의했다.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김연경은 옐로카드를 받았다. 4세트에도 터키의 더블컨택 범실을 주심이 눈감아주자 다시 어필했다. 레드카드를 받고 분을 삭였다. 경기력으로 통쾌한 복수에 성공했다.

 

 승부처마다 든든하게 중심을 잡았다. 작전타임서 “해보자”, “후회 없이”, “불안해하지 말고” 등의 말을 거듭했다. 터키전 5세트 14-13으로 쫓기는 상황서는 팀원들을 다독이며 “차분하게, 천천히 하자. 하나만 하면 돼”라고 말했다. 경기 후에는 뜨거운 포옹으로 선수들을 감싸 안았다. 말없이 꽉 껴안은 채 승리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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