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인터뷰] “여보 미안해, 고마워”…럭비 박완용이 띄운 편지

사진=대한럭비협회 제공

 “미안해, 고마워.”

 

 럭비 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을 마쳤다. 1923년 국내 도입 후 96년 만에 처음으로 꿈의 무대에 섰다. 5전 전패로 마무리했으나 출전만으로도 뜻깊었다. 주장 박완용(37·한국전력)은 기나긴 과정을 함께해준 가족을 떠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림픽이 1년 미뤄지고, 대회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든든히 곁을 지켜준 동갑내기 아내 김세희 씨의 얼굴이 맴돌았다.

 

 도쿄로 향하기 전 마음이 무거웠다. 당초 올림픽을 마친 후 자녀를 가지려 했지만 대회가 미뤄져 2세 계획도 늦췄다. 출국 전 아내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박완용은 “어떻게든 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고 했다. 지키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며 “늘 혼자 고생한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힘줘 말했다.

 

 가족의 힘도 컸다. 박완용은 “대회가 연기돼 모두 걱정이 컸다. 정말 어렵게 출전권을 따냈는데 물거품이 될까 봐 막막했다”며 “적지 않은 나이라 하루하루가 다르다. 가족이 응원해줘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럭비는 몸싸움이 거친 스포츠다. 부상 우려만큼 가족의 근심도 크다. 그는 “몸으로 하는 종목이라 어쩔 수 없다.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근력 운동 및 재활 등 보강 훈련을 많이 한다. 그래야 오래, 건강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럭비공을 쥐었다. 24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그는 “럭비는 내게 또 하나의 가족이다. 이번 올림픽서 자부심을 갖고 뛰었지만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아쉬움이 크지만 선수들 모두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완용은 “10~20대 선수들에게 운동과 생활 양면에서 귀감이 되고 싶다. 이 나이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희망을 주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머지않아, 언젠가는 은퇴해야 한다. 아쉽지만 내가 물러나야 더 좋은 후배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날까지 열심히 부딪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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